[정성수의 세상읽기] <8>이율배반(二律背反)
[정성수의 세상읽기] <8>이율배반(二律背反)
  • 정성수
  • 승인 2016.03.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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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홍보에 정부와 각 단체가 앞장서는 이유이다.

  폐암은 발병했다 하면 사형선고다. 국내에서 폐암으로 숨진 유명인은 많다. 폐암으로 죽은 코미디 황제 이주일은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웠습니다. 하… 이젠 정말 후회가 됩니다’ 라며 협연자協煙者가 되어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외국인으로는 영화배우 게리 쿠퍼, 존 웨인을 비롯해서 지휘자 &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 영국의 국왕 조지 6세 등 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흡연은 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후회했다고 한다. 흡연자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다. 금연광고를 중단하라는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화를 낼 것이 아니라 흡연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정확히 알려줘야 할 것이다. 특히 침묵하고 있는 담배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흡연자들은 담뱃세로 걷은 돈으로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금연 캠페인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연초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세를 올려 2,500원짜리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되면서 마진이 커졌다. 담뱃세란 담배소비세, 부가가치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 담배와 관련해 붙는 세금을 총칭한 개념이다. 국민건강을 생각해 담뱃세를 올렸다는 것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펴야 한다.

  최근에는 금연 열기도 시들해져 담배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담배 영업 실적이 되레 좋아졌다고 한다. 이는 니코틴 중독의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제조사인 KT&G나 담배를 파는 편의점의 영업실적이 대폭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 정부나 해당 업체는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애연가들은 화가 날 상황이다. 반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예상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또 있다. 전국 120여 곳의 약국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 약국이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면서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파는 이유는 담배판매 권리금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있다고 한다. 이것이 약국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연하라고 난리를 치고 한편에서는 담배를 팔면서 흡연을 부추기는 것은 말 그대로 병 주고 약주는 격이자 이율배반이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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