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 차별 철폐되어야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 차별 철폐되어야
  • 김형준
  • 승인 2016.03.24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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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나라에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사회보험(본인의 보험료를 매달 내고 필요시 혜택을 받는)형태로 운영되는 ‘전 국민건강보험’과 공적부조인 사회보장 형태로 지급되는 ‘의료급여제도’가 그것이다.

 의료급여제도는 저소득계층과 국가유공자 등에게 지자체가 치료비를 지원해 무료이거나 저렴한 ‘본인부담금’으로 진료를 받도록 한 제도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저소득층과 행려환자, 이재민, 의사상자, 18세 미만의 국내 입양아동, 국가유공자,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가족, 새터민,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유족 등 사회적 약자들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 해당한다. 

 비록 두 가지 진료비 지급방식이지만 병의원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진료에서 의료수가 상에 차별 없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 가입자이던지 의료급여 수급자이던지 병의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으면 같은 비용만큼 혜택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딱 두 가지 환자군에서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가 차별화된 진료비를 지급받고 있다. 바로 ‘정신질환자’와 ‘신부전에 의한 투석환자’이다. 특히 정신질환 급여환자들은 의료수가(酬價)가 8년째 정액제로 묶여 있는 통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치료권이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다. 더욱이 정신과 질환 의료급여 환자의 정액수가는 2008년 개정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이에 따른 문제점은 그동안 언론에서 여러 번 제기했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단초로 여겨지는 급여환자의 정액수가 인상 방안은 지난달 26일 열린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었지만, 안건에조차 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제도의 문제점은 급여 대상 질환 중에서 유독 정신과 장애와 간질 장애, 혈액투석에 한해 일반적인 수가를 적용 않고 정액제로 묶어 놓아 부실 치료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여환자의 하루 외래 정액수가는 보건복지부 고시(9조 1항ㆍ4항, 10조 1항)에 의해 2,770원으로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수년째 꽁꽁 묶여 있다. 약제비와 검사비, 조제료 상담료 정신치료비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정신질환 급여환자의 입원비도 정액제다. 하루 입원비는 병원 등급(G1~G5)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5만1,000원~3만800원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원하는 G3 등급은 하루 입원비 3만7,000원이다. 식사비, 투약, 검사, 의학관리, 간호관리를 모두 포함한 비용이 하루 여관비의 반값도 되지 못하는 수가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의료급여 환자 한끼 병원식사비는 3,390원, 건강보험 환자는 5,310원으로 같은 병실에 있으면서도 먹는 것부터 차별해서 줘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외래는 1/8수준, 입원 환자는 1/2수준의 진료비만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 급여환자당 치료비가 낮게 매겨지다 보니 환자들을 진료하는 병의원 입장에서는 효과가 좋은 약을 놔둔 채 값싼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고, 상담시간 등 진료시간도 가급적 줄여 되도록 많은 환자를 보는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진료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는 같은 증상에 같은 진단을 받더라도 건강보험인지 급여인지 여부에 따라 받게 되는 치료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당 외래 진료비가 딱 2,770원만 나오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은 무조건 값싼 약을 처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건강보험가입자에게는 A약을 처방했는데, 같은 증상의 급여환자에게는 값싼 B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정신과 전문의들은 “의사로서 상당한 갈등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낮은 정액제 수가는 급여환자 기피 현상을 불러왔다.

 환자들이 몰리는 큰 병원일수록 정도가 심해, 급여환자들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로 입원이나 진료를 기피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작은 의원이나 대형 정신과전문병원을 주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일부 병원은 외래 수가보다는 그래도 좀 더 나은 입원 수가를 챙기려 외래재활치료보다는 장기입원을 권유하는 편법을 고육책으로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런 차별은 부실한 치료로 이어져 정신질환 급여환자들의 재활과 사회복귀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료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한 알에 이·삼천 원 하는 고가의 약을 하루 진료비(상담료, 약값, 검사비, 진료비, 심리검사비 포함)로 2,770원을 받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질환은 장기간의 치료를 요한다. 그리고 대부분 병을 앓는 동안은 근로나 직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 통계를 보면 정신과를 이용하는 환자의 70%가 의료급여 환자로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정신질환 치료에 장기간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런 제도가 생겼고 그동안 서로 침묵을 해온 것이다. 그

 러나 결국 이것은 치료를 장기화 시키고 만성화시켜 더 큰 문제를 야기해 왔다. 올해 초 정신장애가족협회와 정신의료기관협회는 이러한 차별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제는 이런 차별이 철폐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이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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