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나?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나?
  • 박세훈
  • 승인 2016.03.2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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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들이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저절로 펴지는 것 같다. 새봄은 모든 사람에게 새 희망이나 새 출발을 의미한다. 새봄에 교정을 들어서는 각급 학교 신입생들은 분명히 우리 모두의 미래 희망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쓰러져간 아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애달프게 한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인지 한숨만 짓게 된다.

 사실 아침 신문을 보기 두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탄의 수준을 넘어 절망감마저 든다. 아동학대는 슬픈 소설 속에서만 있는 줄 알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옆에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어갈 때 학교도 경찰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계모에게 학대받다 숨진 신원영군의 영정 사진을 차마 보기 어려웠다. 그의 눈은 자신을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한 원망보다는 우리 사회를 원망하는 듯이 보였다.

 교육당국이 미취학·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적으로 1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의 피해자는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부가 일선학교에 미취학 및 무단결석자 관리 대응 매뉴얼을 다시 배포했다고 하지만, 그전에도 그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 배포된 매뉴얼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3명중 1명은 방과 후에 1시간 이상 집에서 혼자 있으며, 한부모 가정의 학생이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이들이 각종 안전사고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증거이다. 앞으로 원명 군과 같은 또 다른 피해아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관계 당국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돌봄 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갈수록 학생지도가 어렵다고 한다. 아이들이 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예전과 다르다고 한다.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학교나 교사는 상관 말라는 인식이 일부 부모들에게 팽배하여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도 문제이지만,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는 더 큰 문제이다. 아동학대는 훈육이 아니라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고 사랑이 넘쳐야 할 가정에서 친부모에 의해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아이가 설령 죽음으로까지 내몰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때 받은 상처는 평생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치유하지 못할 한을 품고 산다는 것은, 그것도 부모에 대한 한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불행이 될 것이다.

 최근 이혼가정이 늘고 있다. 한부모가 자녀양육과 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힘없는 아이들의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부가 이들 한부모 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그리고 지역사회, 학교, 경찰이 유기적인 아동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 현장을 보고도 못 본채 피하는 우리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는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그 대상이 아동이든 동물이든 우리가 보호해야 할 절대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선진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준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린 새끼를 학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인면수심의 탈을 쓴 어른을 동물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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