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평등한 ‘기본안전’ 보장되어야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본안전’ 보장되어야
  • 전미희
  • 승인 2016.03.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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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기본소득’ 열기가 ‘자본주의 심장’ 미국으로 번지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일정한 현금을 똑같이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전체 소득을 분배하는 역할을 해 온 노동시장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 낮은 고용창출로 인한 높은 실업률에 따른 인간다운 삶이 극도로 낮아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회자 되고 있는 금수저 흑수저론은 이미 계층화된 사람들의 삶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바뀌지 않고 영속적으로 지속 되는 것에 대한 논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본 가구의 동태적 변화 분석’ 에 따르면 2012년 순자산분위가 2015년까지 그대로 유지된 가구의 비율은 63.1%, 상승한 가구는 18.7%, 하락한 가구는 18.1%로 집계됐다. 순자산분위는 전체가구의 순자산(자산-부채) 수준별 구간을 나눈 지표다. 5분위로 구분할 경우 5분위 가구는 순자산 상위 20%, 1분위 가구는 순자산 하위 20%에 해당한다. 5분위 가구(순자산 상위 20%)의 경우 2012년 수준을 유지한 비율은 77.4%에 달했다. 하락한 비율은 22.6%에 그쳤다. 1분위 가구(순자산 최하위 20%)의 경우에도 76.7%가 4년 전 순자산분위를 유지했고 23.3%만 계층이 상승했다. 즉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흙수저 두 계층의 80%가 기존상태를 유지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계층의 고착화 현상은 우리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데 크게 걸림돌이 된다.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백이 ‘위험사회’에서 자본은 계층을 이루지만 위험은 스모그와 같이 민주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위험이 모든 계층에 평등하게 올 수는 있을지라도 그 위험에 대응하는 단계에서는 결코 민주적이지 못하다. 금수저 계층의 위험에 대한 대응은 가지고 있는 자본만큼 화려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흙수저 계층의 대응은 매우 수동적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2011년 7월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시 주변의 호텔과 여관에 빈방이 없었던 반면 허물어진 집의 처마에서 비를 피해 날을 새우는 사람도 많았다. 또한 많은 화재가 넉넉하지 못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하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들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민안전처에서 취약계층에 대하여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가구(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생활곤란가구) 총 734,321가구에 대하여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보급하여 주택화재에 대응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기초생활수급가구 총대상 42,533가구 중 현재까지 보급한 가구수는 33,020가구이다.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안전이 위태롭지 않고 안전한 가운데 생활이 영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즉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위험실태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소방시설 보급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안전기부문화의 확산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기부문화가 있지만 안전기부문화에는 생소함을 느낀다. 그러나 전국 많은 소방서에서 ‘소화기 등 기초소방시설 기증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증받은 기초소방시설을 기초수급생활가구 등 사회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가구에 배포하는 창구이다.

 서구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다만 우리 사회의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기본안전제도만이라도 논의되고 실현되어 대한민국에 사는 어느 누구도 안전에 대해서는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전라북도소방본부 2팀장 전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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