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과 안심번호 국민공천
보이지 않는 손과 안심번호 국민공천
  • 김동근
  • 승인 2016.03.2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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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하향식 공천제도인 전략공천과 상향식 공천제도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통해 뽑히지만,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의 입법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국회의원 각 개인 자체가 헌법기관이다. 이렇게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원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1779)에서 표현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자동적으로 조절하여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해 주는 기능을 비유한 말로서 좋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각 정당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과 관련하여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좋은 의미보다는 안 좋은 의미로 나오는 것 같다.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에서 공천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특정인을 공천하게 하거나 공천에서 배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심사가 자의적이고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여야의 계파간 힘겨루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우 친박계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없고 공천은 여러 항목과 기준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 주장은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그럴 위기에 있는 인사들의 항변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비박계는 친박계 핵심인사의 막말파문, 당대표의 살생부 논란, 공천심사위원장이 공천 심사 중 공천위가 만든 자료가 아닌 별도의 자료를 꺼내 회의를 주도하거나 회의 도중 전화를 받고 나가는 것 등이 ‘보이지 않는 손’의 예라고 주장한다.

 한편, 각 정당은 안심번호를 이용하여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제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진행하고 있다. ‘안심번호’제도의 의미는 정당이 여론조사나 당내 경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모집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로 부여하는 일회용 전화번호를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도 여론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지금까지 각 정당이 해온 공천방식은 공천헌금, 계파갈등, 부정경선, 금품선거, 당원동원 등 공천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가 발생하는 하향식 공천제도였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상향식 공천제도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이다. 그러나 이 제도도 완벽하지 못하여 현역 정치인과 정치 신인이 경쟁할 경우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역 정치인이 유리하다는 지적과 지지정당과 관계없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 당의 약한 후보를 뽑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지구당 폐지와 같은 정당정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정당이 민주적 정당활동을 하는 대신 휴대폰을 통한 여론조사로 정당활동을 대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하여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보면 하향식 공천제도인 전략공천과 상향식 공천제도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섞어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천에서 각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이 드러나는 공천을 진행하였으면 좋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하향식 공천과 관련하여서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상향식 공천과 관련하여서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5% 미만이고, 저조한 응답률을 가진 여론조사 결과가 공정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향식 공천에 의한 계파간 힘겨루기가 도를 넘어서 총선 후 후폭풍으로 연결되고, 상향식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가 시민들이 불쾌해하는 여론조사이거나 결과가 정확할 수도 없는 여론조사로 귀결된다면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각 정당의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고 국민을 불쾌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혐오감을 가지는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다. 제도를 바꾸고 인물을 바꾸는 것은 여야가 아니고 바로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정당이 어떤 후보를 추천하는지 추천하는 과정은 정당하고 공정한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정당과 정당이 추천한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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