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학살
공천학살
  • 이정덕
  • 승인 2016.03.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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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것이 공천인가 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며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청래, 전병헌 의원도 탈락시켰다. 공천에서 탈락한 부좌현 의원은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당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당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눈 밖에 난 사람들을 탈락시켰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전국적인 정치를 위한다며 별다른 하자가 없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공천에서 배제하였다. 또한 운동권 정당문화를 극복한다며 전대협 의장이었던 오영식, 임종석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김종인 대표는 왜 이해찬 의원을 탈락시켰는가를 묻는 기자에게 “이유는 묻지 말라“고 했다.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일을 왜 마음대로 하는가?

 새누리당의 공천은 이보다 더 편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사람들이 모두 공천에서 탈락하였다. 작년 원내대표를 하면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던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권은희, 홍지만, 조해진, 이종훈, 김희국, 류성걸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되었으며, 친이계인 이재오, 조해진, 임태희, 강승규 등도 배제되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기초연금과 관련하여 대통령에 항명을 했던 진영 의원 등도 탈락하였다. 이들이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란다. 신문들은 “정치 보복 공천” “피의 화요일” “비박 공천학살” “찍히면 죽는다” “박 대통령에 맞선 자는 살아남지 못했다” 등의 제목을 달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소수 권력자와 친소관계로 좌우되는 정당,” “오직 국민 편에서 일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지난날의 저의 선택이 오늘 저에게 이처럼 쓰라린 보복을 안겨주었다,”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정략적 의도를 갖고 공천에서 배제했다”고 말하며 반발하고 있다. 자신이 공천에서 탈락한 합당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의원들이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당을 옮기고 있다.

 지금의 공천은 힘으로 상대를 제거하고 의원들을 줄 세워 국회를 자신과 가까운 세력으로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 마음대로, 여론에서 1등을 하는 사람들을 찍어내고, 여론 1등도 아닌 사람들을 또는 2등도 아닌 사람을 단수 공천하고, 여성우선추천지역이나 전략공천지역이라고 지정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내리꽂고 있다. 이러니 총선 시즌만 돌아오면 더 열심히 줄을 찾고 여의치 않으면 탈당하고 당을 옮기고 그러다 보니 쉽게 새로운 당이 생겨난다.

 소수가 공천을 한다며 마음대로 국회의원을 탈락시키고 추천하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할 일인가? 국회의원들을 줄 세우면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의정활동을 하겠는가? 국회의원들이 소수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 줄을 서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지 않을까?

 현재의 정당공천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비민주적인 공천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당원이나 국민들이 자유롭게 투표하여 당의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소수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나 다름없다. 민주주의는 시간이 걸리지만,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여 누구나 승복할 수 있어 문제가 적다. 우리나라도 이제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나? 국민이 아니라 소수가 마음대로 공천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니 민주주의가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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