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이 우리의 미래다
초등교육이 우리의 미래다
  • 이한교
  • 승인 2016.03.2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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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 갑자기 여당 대표가 초등학교를 방문해 화장실을 점검했다는 보도가 관심을 끌었다. 현장을 둘러보고 앞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예산을 챙기겠다고 했다.

 필자는 휴일에 학교 앞을 지나다 이 기사가 생각나 초등학교 모교를 가 보았다. 옛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왠지 학교 분위기가 정체된 인상을 받았다. 시설은 낡고 화단에 조형물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궁색하기만 했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도 있었겠지만, 위인들의 동상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일부 깨진 채로 방치되어 있거나, 보수는 했으나 페인트만 덧칠해 보기 흉했다. 더 황당한 것은 사자, 사슴, 코끼리 같은 동상들은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여기다 동문 선배들이 기증한 조형물은 학교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내용을 새겨놓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산만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아 거슬렸다. 다른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학교엔 큰 바위 하나가 정문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 크기뿐 아니라 깊게 새겨 놓은 글의 뜻을 잘 이해되지 않아서이다. 동문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세운 돌이다. 이 크기가 엄청났다. 이 큰 돌을 받치는 하단 석에는 찬조금을 낸 동문의 이름이 깨알같이 사면에 새겨져 있고, 상석 뒷면엔 ‘나 라 고 일 초 석 되 어 라’라는 글자가 크고 깊게 새로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띄어쓰기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글자를 독립된 것처럼 자간을 크게 벌려 놓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워낙 큰 돌이고 글자 수는 제한되다 보니 간격을 벌려 적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차라리 글씨를 붙여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떻든 필자가 보기엔 잘못된 조형물이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 조형물은 초등학교 울타리 안에 놓여 있는 기념비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이 배우고 쓰는 글의 어법에 맞도록 적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그래야 이를 보고 그 뜻을 마음에 품어 길라잡이로 삼을 거란 생각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초등학생에게 띄어쓰기를 무시했던 120여 년 전의 방식으로 적은 글을 봐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일이다. 혹 무슨 심오한 뜻이 있다 해도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어른인 필자도 사전을 뒤지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학교 근처의 주민에게 물어보아도 모르겠다고 하는 이 글을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이해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참을 서서 함께 간 사람과 의견을 나눠보았지만, 이해를 못 하고 돌아왔다.

 며칠이 지난 후 이 글을 작은 메모지에 글씨 간격을 띄지 않고 적다가 우연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개운치 않아 국어 전공자에게 물어보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본래 비문은 띄어쓰기를 무시하거나 다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쓰기도 한다는 얘기였다. 어른으로 이해가 되는 말이다. 그래도 교정은 학생들의 것이다. 이곳은 어린아이들이 인생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을 배우는 곳이다. 때문에 눈높이를 같이하고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사물을 봐야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초등교육이란 키 큰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내려다봐서는 안 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에게 차분히 물어봐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고 주인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싸구려 시멘트 동상을 세우거나, 성공한 선배라 하여 가치가 없는 큰 돌덩어리를 학교 중심 화단에 덩그러니 세워 놓은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생각이다. 이는 교육환경의 조화를 깨면서 일방적으로 위협하는 것과 같은 잘못된 행위다. 마치 초등학교 교정을 어른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는 것과 같다. 교정에 무엇을 하나 세우더라도 학생의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힘 있는 의사 표시를 못 하는 어린아이라 하여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무시하면 결국 큰 꿈을 꾸는 건전한 아이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초등교육은 인격형성의 시작점이다. 집으로 치면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훗날 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영향을 받을 지에 대하여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혹자는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맞다. 학교에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시설물에 대해서는 예산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사실 필자의 우려가 노파심이거나 기우였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초등교육 교육 환경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가장 먼저 배정하고, 학교는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마음으로 사물을 봐주길 부탁하고 싶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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