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알파고
닥터 알파고
  • 김철승
  • 승인 2016.03.1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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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AlphaGo;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에 온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1,202개의 CPU를 가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컴퓨터와 인간의 바둑대결은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바둑은 인공지능이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사실 체스는 1997년 IBM의 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가 체스 챔피언을 꺾고 인간을 정복한 지 오래다. 딥블루의 진화형인 왓슨(WATSON)은 2011년 퀴즈쇼(Jeoparty)에서 압승하여 인공지능의 선두주자가 된다. 왓슨은 가설을 세우고 디지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가 도전하기에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은 다양한 예상 결과를 계산해서 최적의 결과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체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직관력을 가지고 수를 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인공지능의 놀라움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분야의 후발 주자인 구글(Google)이 IBM에게 보내는 멋진 도전장이었다. 언젠가는 기계에 최고의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대보다 빠르고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3연패 후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승리는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 한 판으로 기록되고 있다. 인간이기에 받을 수밖에 없는 엄청난 압박감과 중압감을 이겨낸 세기의 대결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자지도 먹지도 않고 몇십 분의 일 초 단위로 계산하고 발전하는 컴퓨터 앞에 완패를 당할 것이다. 체스 프로그램도 10년 만에 세계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했기에 알파고도 수년 안에 현재보다도 더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컴퓨터는 흔들림 없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고 지치지도 않고 걱정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긴장도 없으며 화장실도 갈 필요 없다.

 인공지능의 활약이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운전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하니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분야에서도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현실에서도 다빈치라 불리는 로봇수술기구를 이용하여 원격으로 조정하여 수술하거나 영상사진을 판독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암진단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IBM의 왓슨이 실제 암진단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결과는 암 진단율과 오진율이 인간에 비해 더 좋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의료교육용 시뮬레이션 인형을 비롯하여 교육용 프로그램들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더 발전한다면 의과대학 학생들은 해부학 실습을 부담 없이 반복적으로 할 수 있고 외과 의사들의 수련도 안전하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미래 병원에는 로봇들이 의사들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간단한 전신 스캔만으로도 영상판독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수술 중 실수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로봇들이 수술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검사 결과를 기계음을 통해 전달하는 로봇 의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다면 어떨까? 떨리는 음성과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나약하고 감정적으로 여린 인간 의사는 앞으로 사라져야 하는가? 앞으로는 더 발전해 로봇을 통한 감정의 교감과 전달도 가능할 것인가? 갈수록 외과 의사 지원자가 주는 상황에서 로봇 외과의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높아지는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는 경제적인 장점도 가능한가? 이번 인공지능 알파고가 의료계에도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제시하였다.

  앞으로 기계와 인공지능은 인간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쟁들이 뜨겁게 일어나겠지만 이미 닥터 알파고의 등장은 멀지 않았다. 어쩌면 완벽한 인간의 외모를 한 사이보그 의사도 만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닥터 알파고를 만나고 싶지는 않다. 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세계적으로 완벽한 마케팅을 구사한 구글에 찬사를 보낸다. 이번 대국 쇼의 주인공인 알파고와 조연을 마다하지 않은 이세돌 9단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김철승(의학박사/예수병원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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