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타전지와 알파고
볼타전지와 알파고
  • 강현직
  • 승인 2016.03.16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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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3월은 인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두 건이나 일어난 의미 있는 시기이다. 하나는 우주시대를 여는 실험이 90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벌어졌다. 1926년 3월16일 로버트 고다드가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을 쏘아 올린다. 로켓은 고작 12.5m 날아올라 2.5초 동안 56m 비행하였지만 우주시대의 서막을 여는 첫 액체연료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1935년 로켓이 음속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

 또 하나는 전기의 역사가 시작되는 볼타전지의 개발이다. 1799년3월17일 알렉산드로 볼타가 구리와 아연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헝겊을 끼우고 이를 몇 개 겹친 전지를 만들었다. 실용전지의 시초로 70년 뒤 교류발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전지는 전기 생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우리는 요 며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충격에 휩싸이면서 불과 100여 년 전의 획기적인 발명에는 둔해져 있다. 이러한 발명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실생활 어디까지 스며들어 있는지 간과하고 당연히 활용하고 있는 물건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

 2007년 11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260만년전에 발명한 도구부터 오늘날 만들어진 것까지 인류의 삶을 바꾼 다양한 물품들을 선정했다. 인디펜던트는 가장 오래된 발명품으로 불을 꼽았으며 활과 화살, 낚싯바늘, 자물쇠 등 지금도 활용되는 기원전 발명품이 9개나 된다. 선정 발명품 중에는 로마인의 화덕을 개량한 토스터와 미국 농부가 소 방목을 위해 개발한 철조망, 갑갑한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브래지어, 사행집행 기구인 기요틴(단두대), 바빌론의 ‘공중 화원’ 건설 당시 이용한 펌프, 200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주판, 말의 안장, 지퍼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많이 있다.

 이외에도 1899년 발명된 아스피린, 헝가리인이 1938년 고안한 볼펜, 전기 역사가 된 볼타전지도 포함되어 있으며 20세기 들어서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워크맨, 진공청소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이 등장한다. 이러한 발명품들은 우리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세상의 흐름을 종종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발명과 진화는 어디가 종착지인지 모른다. 인간들은 필요에 의해 발명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영역에로의 도전을 계속한다. 인공지능이 체스를 정복했을 때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핸디캡을 두고 바둑기사를 가까스로 이겼을 때도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를 꺾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은데다 전략이 복잡하고 다양해 직관과 상황 판단 등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자체 강화 학습을 통해 인간의 뇌를 닮아갔고 처음엔 주어진 데이터에만 반응했지만 여러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과 대등해지고 인간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하나 어떤 이들은 인간을 모방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조차 엇갈리는 상황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문명과 기술은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에 발명한 물품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문명과 기술이 계속해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가히 빛의 속도만큼 빠른 변화 속에 어디선가 아직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결코 낯설지 않은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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