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리포트] <42>20대 젊은이의 외침
[전북혁신도시 리포트] <42>20대 젊은이의 외침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3.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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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영화라도 한 편 보려면 전주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택시도 없고….” 잘생긴 얼굴의 20대 정윤호씨가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전북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 1학년생이다.

 같은 학과의 이은지씨(23)가 말을 받았다. “막 생긴 도시라 그런지 몰라도, 혁신도시엔 젊음을 위한 공간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놀고 얘기라도 하려면 전북대 쪽이나 전주시 객사, 서부신시가지로 나갑니다. 이러니 혁신도시 상권에도 도움이 안 될 테고….”

 때와 장소는 지난 4일 혁신도시 내 모 커피숍 2층. 한농대 식량작물학과 1년생 6명과 함께 ‘20대가 바라보는 혁신도시’의 아쉬움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안이 고향인 정씨는 혁신도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고향 전북이 ‘낙후’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농생명 허브와 연기금 메카를 향한 거보(巨步)를 디딜 수 있는 곳이 혁신도시인 까닭이다.

 정씨는 “대학을 낀 도시에 20대 젊은이들이 활보하는 모습이 없으면 어떻게 생기가 넘칠 수 있겠느냐”며 “하루빨리 ‘젊음의 거리’를 조성해서 친구들과 함께 문화적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이 고향이라는 이씨는 교통 문제를 제기했다. 젊은이들이 갈 곳도 없지만, 도심권으로 통하는 교통편마저 아직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토로다.

 “PC방이나 당구장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신입생 친구들과 함께 신시가지로 나가는데, 돌아오는 택시편의 가격이 7천500원에서 8천원까지 들어 자주 이용하지 못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 정혜원씨의 말이다.

 동석한 다른 친구는 “매월 2~3회 정도는 저녁에 전북대나 서부신시가지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며 “혁신도시엔 먹고 마시고 노는 시설이 부족해 선택권을 제한받는다는 문제가 있어 외부로 빠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농대의 올해 신입생은 390명, 재학생으로 확대하면 11개 학과에 무려 1천170명에 육박한다. 학생들은 수업연한의 2배 기간동안 농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학비 등을 전액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이들 대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외출 시 밤 10시 안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친구 4명을 한데 모아 택시를 타고 나갔다가 택시로 돌아온다.

 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주 1회만 혁신도시에서 1만원씩 소비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구매력이 6억5천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추산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기반시설이 취약한 데다 젊음의 열기를 끌어당길 특화거리 등이 없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음식점을 하는 L사장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돌아다니면 그만큼 거리가 활기에 찬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도시 상권 활성화와 젊음의 불편 해소 차원에서 행정기관 차원의 특화상권 조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의 베드타운 화(化)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는다. 혁신도시 인구가 2만명을 넘어섰지만 주민의 상당수가 낮에는 전주와 익산, 김제 등 인근 도시에서 근무한 후 밤에 돌아오고 있다. 반대로 입주기관 직원들은 낮에는 일하다 밤이 되면 혁신도시 외곽의 원룸으로 빠져나간다. 이래저래 썰렁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용암처럼 솟구치는 젊음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낼 젊음의 거리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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