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원칙에 충실하자
장기불황: 원칙에 충실하자
  • 김종일
  • 승인 2016.03.08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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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곡소리다. 전문가에 따라 견해차가 있긴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르는 일본식 장기불황이 현재 우리 시점에서 적어도 강 건너 불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기준 세계 6위의 무역대국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수출입총액을 국민총소득(GNI)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나드는 우리나라는 내부적 요인들뿐만 아니라 특히 대외적 영향에 민감하기 마련인데 우리 주변의 상황이 몹시 위태롭다.

 언급하기조차 싫은 국내 쓰레기 정치판은 접어 두고 주변국의 경제 상황을 돌아보자.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국가의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는 지금 사실상 완전 고용을 달성하는 수준으로까지 회복되어 디플레이션 위기를 벗어나 조만간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점차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반면에,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의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이면서 또 다른 G2라 불리는 중국의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이다. 경기침체, 무역 감소, 부동산 가격 및 증시 폭락, 자본 해외 유출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 채무가 무려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마땅한 대처가 쉽지 않다. 이미 환투기 세력의 중국과 홍콩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달러 매입과 동시에 인위적인 위안화 절상으로 맞서고 있지만 잘못하면 언 발에 오줌 눈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의 상황도 물불 안 가리고 밀어붙이는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바닥에서 벗어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1,000조원이 넘는 양적완화와 최근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경제는 제자리 걸음이고 예상치 못했던 엔화강세에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마저 딱히 없어 매우 난감한 국면이다. 중국과 비슷하게 일본의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의 200%를 훌쩍 넘어 국가 재정이 극도로 취약하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국과 일본의 동시 폭망론이 꼭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진 않는 이유다.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GDP대비 약 30% 초반 정도로 OECD국가들 중에서 국가 재정이 가장 건전한 나라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대출의 잠재적 위험성 그리고 대내외적 요인에 의한 지난해의 무역규모 감소로 대표되듯이, 자본 배분의 불건전성과 여러 국가 경쟁력 약화 요인에 따른 장기불황의 조짐을 예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체 내지 하향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어 애를 태우고 있지만, 더 중요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미 2011년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것이 국제유가 하락 이전부터 진행된 일이라는 것은 분명 의미하는 바가 있다. 나아가 작금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최악의 국론 분열 상황으로만 판단한다면 특단의 조치 없이 미래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장기불황에 대비하는 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개인적 생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태양광분야는 근 십여 년째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지난 십여 년간 유가가 배럴당 일백달러 언저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에는 호기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발전소의 최대 수요처였던 유럽의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격감과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초저가 중국 제품으로 인해 세계 태양광산업계가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 십 년 전 태양광분야는 으뜸가는 블루오션이었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팔던 시절이었다. 실리콘에서 모듈까지 뭐든 손에 쥐면 돈이었다. 당시 필자는 누누이 관련기업에게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우이독경 그것이었다. 하지만, 극히 짧은 시간에 킬로그램(kg)당 40만원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2만원으로, 150만원이던 패널 한 판이 15만원으로 폭락했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지만 기술개발은 접어두고 차입금으로 설비확장에 우선으로 투자하며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은 그때 거의 도산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독일의 큐셀도 도산했고, 세계 최대의 태양광 패널 생산량을 가지고 있던 중국의 썬텍조차 문을 닫았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집힌 격이다.

 쉽지 않았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혹시나 모를 장기불황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지켜본 바에 따르면 원칙에 충실한 것이 그 하나일 게다. 대박의 꿈을 접고 뒤늦게나마 미래를 대비한 기술개발에 참여한 기업들만이 살아남아 동트는 동녘 해를 기다리고 있다. 자세를 낮추고 맡은 바 책무에 충실한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국가적으로 보면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적 기본기를 새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겠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한 단계 성숙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아프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아마 중국은 몰라도 일본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으리라 예측하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게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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