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세상읽기] <5>뼈수저
[정성수의 세상읽기] <5>뼈수저
  • 정성수
  • 승인 2016.03.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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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수저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다. 수저 계급론은 부모의 힘이나 배경 또는 재산 등이 2세에 대물림되는 것으로 양극화 사회에 대한 자조적 메시지이자 계층 간 간극을 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애·결혼·출산이라는 가족 구성에 필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 를 사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수저 계급론에 따르면 금수저는 자산 20억 원 이상이거나 연 수입 2억 원 이상인 가구를 말하고 은수저는 자산 10억 원 이상 또는 연 수입 8,000만 원 이상 가구라고 한다. 동수저는 자산 5억 원 이상 또는 연 수입 5,500만원 가구를 말하며 흙수저는 자산 5,000만원 미만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의 가구라고 한다. 수저 계급론은 영어식 표현인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에서 비롯됐다. 과거 유럽 귀족층에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을 빗댄 말이다.

  우리나라는 계급사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잣집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고 나아가서는 출세를 보장받는다. 즉 돈이 많고 환경이 좋은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충분한 지원과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반면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가난을 벗어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수준 이상은 올라갈 수가 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회사나 공무원 사회에서도 상하 관계가 확연하게 계급화 되어 있다. 철저한 계급사회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수저 계급은 전적으로 부모의 재산과 직업에 의해서 결정된다.

  ‘열정페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열정熱情과 페이Pay가 결합한 신조어다. ’좋아하는 일(열정)‘에 대한 경험을 ’돈(Pay)‘ 대신 주겠다는 뜻이다. ‘열정페이’에는 상당한 기만이 도사리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감언이설이다. 요즘에는 ‘열정페이’ 의미가 확대되어 청년층들을 저임금으로 노동 착취를 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더 어렵다는 회사에 들어가도 좋은 자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다 꿰차는 게 현실이라고 흙수저들의 한탄이다.

  그나마 흙수저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뼈수저’다. 이 말은 뼈 빠지게 일해도 목구멍 풀칠도 못한다는 뜻이다. 뼈수저는 수저계급에도 못 끼는 하위 계급의 하위계급이다. 예를 들면 대학 졸업을 한 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염치가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자취방 월세와 각종 세금 등으로 돈이 빠져나가 ‘텅장’(텅 빈 통장)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부류다.

  우리들이 물고 있는 어떤 수저도 수저마다 고민과 걱정이 있기 마련이다. 돈은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금수저도 한 세상이고 뼈수저도 한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자신의 행복을 무엇에서 찾느냐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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