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를 잘 뽑아야
대표를 잘 뽑아야
  • 유길종
  • 승인 2016.03.03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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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바뀐 뒤로 개탄할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업계 내부적으로 상인을 자처하는 변호사들이 발호하는 것도 문제인데, 그 대표는 대외적으로 국민들의 정서와 건전한 여론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들을 연달아 하고 있다.

 #작년 3월 3일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의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64%가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것을 ‘잘했다’고 답했고, ‘잘못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7.3%에 불과했다. 가히 ‘김영란법’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대한변협은 이틀 뒤 느닷없이 ‘김영란법’이 위헌이라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도 맞지 않는 소리이고 인기영합적 행태라는 비난이 비등했다.

 #대한변협은 지난 2월 25일 ‘테러방지법 제정안’에 대해 ‘전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는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 법안의 통과를 총력 저지하고 있었고, 국회의장이 위 법안을 직권상정한 과정이나 위 법안 자체의 내용에 관하여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먼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국회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명백했다. 국회법 제86조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교섭단체와 합의한 사실이 없는 것은 분명하므로 여기에는 해당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 전시 또는 사변 등의 국가비상사태 상황인가? 아무리 둘러보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을 국가비상사태 상황이라고 우기는 것은 난센스다. 직권상정의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문제라면 먼저 국회법을 고쳐야 한다.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자의와 억지, 윽박지름으로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법률가들의 단체라면 이번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이 옳지 못하다는 의견을 냈어야 마땅하다.

 테러방지법에는 내용적으로 남용의 우려가 있는 조항이 다수 눈에 띈다.

 첫째로 테러방지법상 ‘테러’와 ‘테러위험인물’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못하다. 테러방지법 제2조 제1항은 ‘테러’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행하는 다음 각목의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단순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제2조 제3항은 ‘테러 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 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동을 했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문언은 상당히 모호하고 얼마든지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

 무엇보다도 테러방지법은 제9조에서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의 통신정보·민감정보를 포함해 개인정보·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거래상 지급정지 조치와 추적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결국, 국정원장이 누군가를 ‘테러위험인물’로 지목하기만 하면 영장 없이 그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테러방지법에는 남용의 소지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규정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명색이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법률가 단체가 이 테러방지법안에 대하여 전부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냈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의도로 그런 의견을 보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협회장과 그를 따르는 일부 임원들의 개념 없는 독단적 행동은 전체 변호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제 선거구도 확정되었고 국민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목전에 닥쳤다. 대표를 잘못 뽑아서 전체가 부끄러운 일이 여기저기서 생기지 않아야겠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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