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 <7>골목상권 생존기
[전북경제] <7>골목상권 생존기
  • 최고은 기자
  • 승인 2016.03.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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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요즘 유통업계의 현실을 직시한 푸념이다.

대형 마트를 시작으로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몸집을 키워간 공룡유통들은 골목상권을 옥죄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업체들끼리 앞다퉈 펼쳐지는 최저가 경쟁으로 소상공인들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형국이다.

골목상권은 지역의 내수경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사업군이다. 전북 자영업 25만 시대.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한 때이다.

□ 얼어붙은 골목상권

지역 경제 침체의 명암은 골목상권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다.

소규모 자영업이 밀집됐는 만큼 대형업체들에 밀리고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밀린 골목상권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는 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4분기 연간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재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6%로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전국 꼴찌를 면치 못했다.

1.3% 증가 폭을 보인 2014년도에 이어 최저 수준이다.

소매판매 증감률은 골목상권에 집중돼 소상공인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4분기 전북 소매판매는 슈퍼마켓·편의점이 1.2% 감소했다.

슈퍼마켓·편의점 소매판매는 매년 평균 2~3%씩 하락세를 보이며 매출에 직격탄을 받고 있다.

위축된 가계경제로 소비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골목상권의 경영난까지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10년째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가 어렵긴 했지만 요즘같이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서민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다 보니 판매율도 낮아졌다”고 토로했다,
 

□ 최저가 전쟁에 ‘시름’

최근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업체간 최저가 할인 경쟁이 확산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달 온라인 몰과의 가격전쟁을 선포하면서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 생필풍 등에 대한 할인전을 펼쳤다.

온라인보다 최대 35% 저렴한 가격으로 주로 온라인으로 많이 구매되던 아기 용품의 판로를 가져와 매출 증대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최저가로 내놓은 기저귀와 분유는 정상가 대비 1만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마트들은 기저귀와 젖병을 공동구매 시 20% 이상 할인해주는 이벤트 상품까지 내놓으며 가격전쟁에 불을 지폈다.

대형 마트들이 제시하고 있는 기저귀 최저가는 이마트 하기스 매직 팬티(대형 92P) 2만8천300원, 특대형(76P) 2만9천200원, 롯데마트 마미코프 팬티 특대형(54P)1만7천100원 등 정상가보다 1만 원 이상 싸다.

묶음 판매, 포인트 추가할인 등 할인 폭이 커 소규모 슈퍼마켓의 경우 가격경쟁 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대부분 슈퍼마켓은 대형 기저귀 32장이 구비된 하기스매직팬티 가격이 2만1천800원, 특대형 27장은 2만1천500원 선으로 대형마트 품목과는 가성비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들은 온라인 유통업에 빼앗긴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가격할인 품목을 대폭 늘려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저가 전쟁에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통공룡에 골목상권 잠식

요즘 골목시장에서 소규모 슈퍼마켓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SSM)이 골목시장을 점령하면서 주변 영세 소상공인들의 그야말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전주시가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시행 중이지만 기업형 슈퍼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그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도 도내에 5개에 불과하던 기업형 슈퍼는 2015년 12월 기준 38개에 달한다.

8년 만에 7배가 늘어난 셈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18개가 집중적으로 진입했다.

전주시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전주지역에 운영 중인 기업형 슈퍼마켓은 총 26개로(2015년 12월 기준) 이중 롯데슈퍼마켓이 15곳으로 가장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형 슈퍼마켓은 가게 규모와 상품 품목 등이 대형유통점에 버금가며 소상공인들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입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다 보니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제도조차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골목상권에 끝 모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 동반 상생 절실

지난해 대법원이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적법하다는 최종 판결이 눈길을 끌었다.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은 ‘공익적 측면’이라는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이라는 법의 취지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준 계기가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중소업계에 직접적인 매출로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통시장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와 구매방법 등 이용편의성도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서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마트와 소상공인의 경쟁 논리로 풀어내기보다는 중소상공인들이 독립적으로 자생력을 키우고 독립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의 판매노하우를 지역 소상공인에게 제공하고 자체 특화된 시장을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지자체 협의와 중소상공인들이 소비자에게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며 대형유통업체는 갈수록 규모가 커질 것이고 그 유통 판로 또한 다양화될 것이다”며 “그런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면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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