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의 효과와 우려
도로명 주소의 효과와 우려
  • 한기택
  • 승인 2016.03.02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용에 불편하고 2원화된 도로 명 주소는 개선되어야 한다.

 전에 사용하던 주소는 1918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토지 및 임야조사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지의 구획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지번을 100년간 주소로 사용하여 왔다.

 이렇게 만들어서 사용해 오던 주소가 행정동과 법정동이 맞지 않는 지역도 있고, 699번지 옆에 698번이 있지 않고 1037번지가 되는 등 연속성이 결여되고, 특정 지점을 표현하기 어려워 위치와 경로 안내 기능이 떨어져 집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17년간에 걸쳐, 제작비 3천900여억 원을 들여 도로 명 주소를 만들어서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도로 명 주소의 체계는 도시의 경우에는 『○○시 ○○구 도로 이름+건물의 번호』, 농어촌의 경우에는 『○○군 ○○면 도로 이름+건물의 번호』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도로 명 주소를 부여하려면 도로와 건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도로가 없는 곳과 건물이 없는 땅이 많아 도로 명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 곳보다 도로 명 주소를 부여할 수 없는 곳이 더 많아 도로 명 주소와 지번 주소가 2원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가 말하는 예산효과를 보면 외국인의 길 찾기 비용 3조1,000억 원, 택배업체의 배달 시간과 운행비 같은 물류비 1,598억 원 등 사회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만 연간 3조4,000억 원에 달한다고 홍보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발달로 길 찾기가 매우 쉬워져 행정안전부가 주장하는 길 찾기 효과는 반감되었으며, 도로 명 주소가 행정안전부의 홍보대로 길 찾기가 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사용빈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67라는 주소에서 백제대로는 도로 이름이며, 뒤의 567은 건물번호이다.

 어떤 사람이 전주역에 내려서 위에 쓴 주소로 길을 묻는다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백제로가 어디에 있는 도로인가를 아는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백제대로가 전주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완산구 평화2동 사거리까지 가는 8.51km의 긴 길이기 때문에 위치를 찾기와 안내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 쓴 도로 명 주소에 동(洞) 이름과 건물이름을 넣어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백제대로 567 전북대학교라고 하면 쉽게 안내도 할 수 있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인위적으로 붙여진 이상한 도로 이름과 많아진 길의 수 그리고 길 찾기의 출발점이 되는 동(洞)·리 (里)이름과 건물 이름을 빼버려 오히려 위치 예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에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행정구(區)와 군(郡)을 중심으로 구분됨으로 도로 명 주소가 거의 무용지물이며 오히려 업무처리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선거 때에 한 시의 제2선거구 시의원 출마를 준비한 A씨는 ○○구 ‘○○로’ 주소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A씨가 만난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같은 ‘○○로’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제1선거구에 속한 유권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지금 집을 팔려면 땅은 지번 주소를 쓰고 건물과 매매자의 주소는 도로 명 주소를 써야 하는 주소의 2원화를 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동(洞)과 리(里)의 이름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이 함축되어 있는 곳이 많은데 도로 명 주소에는 동과 리라는 이름이 없어서 고향의 정취와 역사가 사라진 주소라고 할 수 있으며 건물이름이 빠져 있어서 맥이 빠진 주소라고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렇게 불합리하고 2원화되어 있는 도로 명 주소 체계를 고집하지 말고 행정 동(洞)과 리(里)와 함께 건물명을 함께 쓰는 등 1원화된 주소를 마련해야 한다.

 어차피 도로 명 주소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으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힘이 들어도 충분히 연구하여 영구·불변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주소를 만들었으면 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