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로 통하는 문
가상세계로 통하는 문
  • 이신후
  • 승인 2016.03.01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년 개봉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는 공간에 떠있는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조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이후 영화 아이언맨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 역시 익숙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그것은 단지 공상과학 같던 일에 불과했으나 가까운 미래에는 모바일을 넘어 컴퓨터 화면 위의 다양한 이미지와 데이터를 사람의 손으로 움직여 손쉽게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22일 삼성전자가 새로운 신제품의 출시와 더불어 진행된 행사는 참관한 관계자들이 영화관처럼 고글과 같은 기기를 장착하고 출시된 제품의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졌습니다. 삼성은 이번 행사에서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 VR’을 활용했으며, 360도 영상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이 혁신적인 진행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만큼이나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는데서 괄목할만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대다수의 ICT 대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였기 때문에 화제성과 주목성에서는 가히 성공적이었습니다. LG전자 역시 ‘LG 360 VR’를 공개했고, HTC도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VR 기기의 가격을 공개하면서 올해 모바일 시장의 VR사업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VR·AR은 도구의 단순화뿐만 아니라 실제 환경과 가상의 객체가 혼합되어 보다 나은 현실감과 부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VR과 AR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인 현실의 핍진성은 단순한 눈요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 수행하기에 위험한 영역과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공익성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군사, 의료 분야에서 또한 상용화하기 위해 개발 착수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콘텐츠의 초고속 전송이 가능해진다면 실감형 멀티미디어 기술들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VR/AR기술의 진보는 혁명에 가깝습니다.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불리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임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VR이 가지는 영역의 확장성은 산업간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침체기였던 산업이 덕분에 커다란 중흥기에 들어섰고, 그에 대한 산업구조가 IT 중심의 제휴 관계로 재편되는 현상까지 엿보입니다.

 앞으로는 이 기술진보를 통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실제처럼 다시 경험할 수도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방문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신체적 한계로 접근이 어려웠던 깊은 해저, 우주 밖도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는 특혜마저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의 진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으로의 진입을 가능케 할 것이며 기초학문의 심화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비로소 스크린 속 공상 과학으로 비춰졌던 미래 기술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야흐로 가상시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장자(莊子)는 꿈에서 자신이 나비였는지 나비가 자신이었는지 분간치 못했다고 했습니다. VR·AR 기술의 진보는 상상의 나래를 넘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마저 허물어뜨리고 이 호접몽의 물아일체마저 체감케 하는 경지로 우리를 인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상상이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으로 열린 게이트로 성큼 들어가면 나만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신후<(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