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상점
개성공단 상점
  • 심형수
  • 승인 2016.02.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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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KBS의 ‘남북의 창’에서 최근 들어 개성공단 상점이 2회 연속 소개되었다. 개성공단 상점은 개성공단상회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상점으로 개성공업지구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판매하는 상점이다. 남북교류와 경제공동번영을 위해 전국에 통일공간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안고 작년 9월 16일, 서울 안국역 부근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 서울의 한 지하철 역사 안에 7호점 개점을 앞두고 공사 중이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며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인해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의 관심으로 최근에는 기존 개성공단 상점을 찾아오는 고객이 다소 늘었다 한다.

 엊그제 주말엔 날씨도 비교적 풀린 것 같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갖게 되어 나도 개성공단 상점에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50여m 지점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1층과 2층으로 되어있는 가게 안에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신사용 양복과 캐쥬얼 바지, 쉐터류, 콤비, 여자용 의류 및 내의 외에도 참깨와 참기름, 들기름 등 각종 양념류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제는 사라질 개성공단 제품이라는 아쉬운 생각에 의류 몇 점과 양념류 등을 구입한 뒤 상점 부근에 펼쳐져 있는 가회동 한옥마을을 돌아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전주의 한옥마을과 흡사한 가회동 골목을 돌아다니는 동안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내 머릿속엔 가득했다. 이번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 보수신문들은 찬성 여론이 높게 나왔다고 보도하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잘못했다는 여론이 높다고 보도된 것을 보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한반도 평화통일의 마지막 끈을 놓쳐버린 조치라 평가한다. 이처럼 중대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견해가 양분되는 것은 현상을 깊게 생각해 볼 여유가 있는 계층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베블렌(Thorstein B. Veblen)이 유한계급론에서 설파했듯이 먹고살기에 바쁜 저소득층은 복잡한 사안을 제대로 생각해 볼만한 여유가 없어서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 통찰력에 새삼 놀랄 따름이다.

 얼마 전 나름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회선배와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다. 이분이 젊어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가진 게 많고 나이가 든 탓에서 인지 지금은 상당히 우경 보수화 되어 있었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사드의 도입도 찬성하며 필요하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과 그 방법론인 평화통일방식까지 우리의 견해는 일치하였다. 그런데도 보다 구체적인 방 안에 들어가서는 북한은 믿을만한 상대가 되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믿을 건 힘밖에 없으니 우리도 북한에 못지않은 무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무력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면서 전시작전권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면 그리 미국은 철썩 같이 믿는지 설명해 달라는 물음에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서로 간 단절과 무장강화의 길로 치달으며 평화통일을 도모하겠다는 논리적 비약은 어찌 설명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서 복잡한 사안을 따져보기에는 힘이 벅차고 매사를 본인이 살아오면서 형성된 간단한 분석의 틀로만 대입하여 보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보수화 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정치적 성향이 뇌의 구조와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의 가나이 료타 박사와 그의 지도교수 저레인트 리스 교수팀은 2011년 4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합리적 사고보다는 감정에 좌우되고 공포자극과 생존본능에 민감한 뇌의 구조, 즉 편도체(amygdala)의 오른쪽 부분이 발달해 있는 사람이 보수 우경화되며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설득으로는 쉽게 진보적 자세로 돌아서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고능력이 부족하고 자기생존에만 집착하는 부류가 보수층의 특징이라는 분석인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 The structural basis of inter-individual differences in human behaviour and cognition ; R Kanai, G Rees ; Nature Reviews Neuroscience, 2011. 4 - 한겨레신문 ‘보수와 진보는 뇌의 두께가 다르더라’ 에서 인용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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