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세상살이] 2월
[정성수의 세상살이] 2월
  • 정성수
  • 승인 2016.0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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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달이 2월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인데 벌써 2월? 일 년 중 제일 작은 달인 2월에는 서운함이 있다. 작다는 것은 더 채우고 싶어도 채울 수가 없어 배고픔이 있기 때문이다. 속담에 ‘2월 추위에 김치 독 터진다’고 한다. 2월 추위가 만만치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월을 봄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겨울은 아니다. 2월은 정중동靜中動의 달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워도 내밀한 술렁거림이 있다. 겉모습과 속생각이 다른 것들의 침묵을 가늠한다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1월의 추위와 봄으로 가는 3월 사이에 걸쳐진 2월은 징검다리다. 떠남과 만남의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되는 달이다. 동장군이라 불리는 추위도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계절이다. 봄이 머지않았음을 피부로 느낀다. 생강나무, 산수유나무 꽃망울이 부풀대로 부푼 채 봄볕을 기다리고 있다. 2월엔 매화가 허공에 향기를 뿜어 올리고, 동백꽃이 피어난다. 아쉬운 것과 후회가 교차되는 달이 2월이다. 아쉬움이 안타까운 마음이라면 후회는 잘못에 대한 반성이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실망하는 것이 아쉬움이다. 후회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대한 평가다. 삶은 후회보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위로와 위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아쉬움은 안쪽에 있고 후회는 바깥쪽에 있다.

  2월의 햇빛은 봄기운이 감도는 듯한 봄빛이다. 땅에서는 싹의 움직임이 눈에 뜬다. 흙속에서는 뿌리가 완전한 봄 준비를 하고 있을 때가 2월이다. 동면에서 깨어나는 식물들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장미는 전정은 물론 아접을 해야 하고 낙엽화목의 꺾꽂이와 파종과 아울러 구근의 최아催芽를 도와야 한다. 그런가 하면 시비와 추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닭장이나 돼지우리 관리도 필수다. 특히 소 관리에 특별해야 한다. 소에게 2월은 적온 이하의 날씨이므로 보온은 물론 축사 내로 들어오는 직풍을 차단해 줘야한다. 통풍 및 혼기가 잘 되도록 하고 바닥으로부터 냉기가 소의 체온을 빼앗지 않도록 깔짚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튼튼하고 건강한 소는 일 년 농사를 책임지는 든든한 일꾼이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잎을 펄럭거리며 서 있던 감나무도 앞산 진달래도 스멀스멀 다가오는 봄을 어쩌지 못해 온몸이 비튼다. 흙 속 씨앗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2월의 햇볕이 여릿여릿하다고 깐봐서는 안 된다. 부드러운 것이 생명을 일깨우고 씨앗을 뽑아 올리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덧 2월도 가고 3월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왠지 생동감이 넘치고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뭉클한 예감이 든다. 남쪽에서 봄이 아지랑이를 앞세우고 오고 논두렁 밭두렁에는 냉이를 캐는 아낙네들의 이야기 소리 도란도란 들린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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