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농장(Vertical farm)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 황의영
  • 승인 2016.02.22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일본 오키나와(沖繩島)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북위 27도에 걸쳐 있고 12월 평균기온이 20℃가 되는 아열대지역이다. 이런 곳에 눈이 내렸으니 기상이변이다. 북미지역에도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막히고 중남미 지역에서 폭우로 강물이 넘쳐 홍수가 지고 산사태가 나서 가옥이 매몰되고 인명손실이 크게 났다는 보도다.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데 그 원인 모두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오키나와에 눈을 내리게 한 이번 강추위는 북극 주변의 찬 공기를 가둬놓던 제트기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화하면서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북극 상공의 찬 기류를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부른다. 강한 바람대인 제트기류는 평소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이 찬 기류를 막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상층의 온도가 올라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 한기가 남하해서 영향을 준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한파 울타리’가 느슨해져 오히려 혹독한 추위가 엄습하는 ‘온난화의 역설’인 셈이다.

 이런 기상이변은 농업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풍흉의 결정에 기상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기상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옛날부터 관개시설을 설치하고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자(治者)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이를 잘하지 못하는 임금은 쫓겨나 왕조가 바뀌기도 했다. 스프링쿨러를 돌려 메마른 땅에 물을 공급하고 농사를 짓는다. 온실을 만들어 싹을 틔우고 묘(苗)를 길러 본밭에 옮겨심기도 했다. 비닐하우스, 유리하우스를 지어 그 속에서 농사를 짓는다. 채소와 화훼, 과일을 심고 벼까지도 심는다. 이렇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내가 어릴 때 딸기는 5월, 보리가 익어갈 때 나오는 열매채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12월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3월이면 철이 끝난다. 경기도 이천에서 1월 중순에 금년도 처음으로 모내기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복숭아도 하우스에서 재배하여 5월이면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남·북위 20도 이내에서만 자라는 커피나무를 우리나라 제주도 하우스 속에서 재배한다. 러시아 북동부 캄차카반도 화산지대에서는 온천수를 이용하여서 한 겨울 꽁꽁 얼어붙은 동토의 땅인데도 불구하고 하우스 내에서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이스라엘 네게브사막 근처 불모의 땅 파란지역에서도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를 짓고 피망과 파프리카, 오이 등을 재배한다. ‘농사는 땅에서 기후에 맞춰 짓는다.’는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아파트형 식물공장인 수직농장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직농장은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을 해결할 대안으로 창안한 농경 시스템으로 건물의 각 층에 농장을 만들고 실내에는 여러 층의 재배대를 설치해 흙이 아닌 양분을 섞은 물에 뿌리를 담가 식물을 재배한다. 빛·물·온도·습도 등을 통제해 기후에 관계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식물공장’이라고도 한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Newwark)시의 수직농장 에어로팜(Aere Farm)은 세계 최대 규모인 6,400㎡의 수직농장에서 1년에 30번 신선한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2004년에 설립된 이곳에서는 7~8단으로 설치된 재배대에서 잎채소를 기르는데 LED로 빛을 쪼이고, 작물뿌리를 물에 담가 기르는 수경재배 대신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물안개를 뿌려 생장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곳에서 연간 1,000톤의 채소를 생산하는데 이곳에 샐러드와 주스로 가공하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곳에서는 가뭄·홍수·태풍 등 기상이변에 관계없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작물재배가 가능하다. 이 회사는 노후한 철강공장을 고쳐서 농장으로 만들었는데 어디든 낡은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직농장은 초기투자가 관건이지만 선진국들은 과감하게 투자하여 수직농장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캐나다·일본 등의 기업들이 선발주자로 나서 경쟁을 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한 중동의 사막지역이나 시베리아·알래스카 같은 추운 지방에서도 앞으로 수직농장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농업이 힘들고 어려운 산업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어렵다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제 농업환경은 점점 더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FTA(자유무역협정)가 늘어나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가입 신청을 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 우리 농민은 다른 나라 농민들과 경쟁해서 지지 않을 대비를 해야 한다. 생산의 협업화, 광역화로 생산비를 낮추고 유통구조를 단순화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농가공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하지 않은가? 이런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 농민들도 다른 나라 농민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의지를 갖추고 죽을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