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무게
선택의 무게
  • 김동근
  • 승인 2016.02.17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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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13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4년마다 한 번씩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날이다. 정당마다 후보자마다 자기가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상의 정당이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어느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생은 출생(Birth)과 사망(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을 것인지 시리얼이나 빵을 먹을 것인지, 밥을 먹는다면 어떤 반찬을 먹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학교나 직장 또는 약속 장소를 갈 때에도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자치단체 시·도의원, 교육감은 4년마다, 대통령은 5년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최소 수년 또는 십 년 이상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진로나 직장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사르트르가 갈파한 바와 같이 우리는 하루종일 사소한 일부터 국가나 회사 또는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을 끊임없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밥을 먹을 때 어떤 반찬을 먹을 것인지 선택을 하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바로 다른 반찬을 먹으면 된다. 학교나 직장을 갈 때 매일 똑같은 길로 가기 싫으면 길을 바꾸어 가면 된다. 매일 같이 반복하여서 하는 일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바로 시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로나 직장 그리고 선거의 경우에는 한번 선택하면 바로 바꿀 수 없다. 진로나 직장의 경우 본인이 바꾸면 되지만 선거는 타인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시간에 걸쳐 선택한 진로나 직장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하여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것은 그 당사자의 몫이다. 다소 시일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본인이 노력하면 언제든지 만족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선거는 다르다. 4년 또는 5년마다 실시하는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제도에서 생겨났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장 자크 루소는 “선거는 4년이나 5년에 한번씩 투표할 때만 주인과 자유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루소가 직접민주주의를 지지하여 이러한 주장을 하는 측면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인 입장에서는 “선거는 4년이나 5년에 한번씩 투표할 때만 서민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다시 귀족으로 돌아가는 제도”이기도 하다.

장 자크 루소가 말한 선거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일견 타당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가까워지면 유권자들인 국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등 을의 위치에 있는 분들과 같이 행동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갑의 위치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하는데 5분이면 되지만, 다음 선거 때까지는 4년에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4년 또는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는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그것을 바로잡는데 최소 4년 또는 5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선거에서의 선택의 무게는 개인 또는 회사에서의 선택의 무게와 차이가 난다.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국가와 지역에 피해를 주게 되지만, 개인 또는 회사에서 선택이 잘못되면 개인 또는 회사에 국한되어 피해를 주게 된다. 개인 또는 회사의 일에는 관심을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선거는 그렇지 않는 경향이 크다.

선택의 무게가 큰 선거에서 선택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국민들은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따져 보아야 한다. 그리고 4.13 총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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