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정의 ‘협업 솔루션’
전북도정의 ‘협업 솔루션’
  • 강현직
  • 승인 2016.02.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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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스티브 잡스가 1995년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급속한 기술의 진보와 지식 확산으로 한 개인이나 한 기업이 변화에 대응하여 성과를 내기는 상당한 어려움이 많다.

우리가 경험한 경제 성장기에는 분업에 대한 관심이 컸다. 분업은 여러 사람이 일을 따로 맡아하는 작업 형태로 일이 단순해지고 쉽게 일에 익숙해져 생산 능률이 오르나 기술 진보가 없고 사람이 기계부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는 협업이 각광받고 있다. 함께 일을 하며 높은 성과를 창출하자는,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에 일상화되어 있는 농촌 모내기가 바로 협업의 전형이다.

협업을 사전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협력하여 계획적으로 노동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학자 한센은 ‘각 이해관계자가 협력을 통해 공동 목표를 달성하고 그 성과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윤은기회장은 ‘두개 이상의 주체가 수평적으로 만나 서로 다른 각각의 전문성과 장점을 결합해 메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업은 먼저 기업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주체나 분야 간의 경계를 넘어 기술, 마케팅, 제조, 유통, 디자인, 생산 등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까지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잘 어울리지 않지만 자동차회사와 장난감회사의 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신자동차 프로젝트를 위한 라이선스를 맺고 자동차회사로 부터 설계와 디자인을 제공받아 로봇으로 변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출시해 완구시장 1위를 거머쥐었으며 자동차회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었다. 기업 간의 협업은 이제 동종 기업끼리는 물론 이종 산업, 경쟁사, 해외 기업 등 산업과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행정에도 파급되고 있다. 기관간 협업이든 한 조직 부서간의 협업이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경찰청 실종자 소재확인에 건강보험공단과 한국고용정보원, 국민연금공단 등이 협력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연금공단 등은 부정수급 조사에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또 고용복지센터의 통합 서비스나 지식재산(IP) 가치평가 개선을 통한 금융생태계 조성 등도 성공한 행정협업 사례이다.

그러나 여러 이해 당사자가 함께하는 협업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조직 문화에 뿌리 깊게 내려있는 ‘사일로(silo)문화’를 걷어내야 한다.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한 성과를 창출하는 협업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최고 경영진이나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과잉협업’이나 가치의 과대평가도 경계해야 하고 과도한 경쟁문화와 획일적 성과주의 역시 지양해야 할 것들이다.

전라북도가 최근 곳곳에서 행정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민선 6기 핵심 과제인 ‘삼락농정’은 대표적인 협업이다. 농정 거버넌스 모델로 추진하고 있는 삼락농정은 ‘사람중심’ 농정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며 농업정책 전반을 농민단체, 전문가, 관련기관 등이 참여하여 논의하고 있다. 삼락농정위원회는 수평적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정책과 사업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결과도 공동으로 책임지는 진정한 지역농정 협업의 새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 15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처음 시도된 관광자유이용권을 이용한 관광패스라인 구축 논의도 주관부서만으로 활성화하기 어려운 과제를 여러 부서가 협력하여 해법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협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여러 정책에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광속 시대’에 적응하여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협업행정을 통한 도정의 새바람이 도민 행복지수를 높이는 실질적 성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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