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세상살이] 동면
[정성수의 세상살이] 동면
  • 정성수
  • 승인 2016.02.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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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이 겨울 동안 활동을 멈추고 잠자는 상태가 된 것을 동면이라고 한다. 동면冬眠은 한자로 ‘겨울 동冬’ ‘잠 면眠’이다. ‘겨울에 자는 잠’이라는 뜻이다. 동면 즉 겨울잠이라는 단어 속 ‘잠’이라는 말은 겨울 내내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잠자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생리적인 변화가 크기 때문에 동면은 일반적인 잠으로 볼 수 없다. 동면을 할 때의 큰 변화는 체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대사 작용이 느려지는 것이다. 동면에 들어간 동물의 체온은 주변 기온과 함께 변한다. 특정 온도까지 체온이 떨어지면 대사 작용이 다시 살아나 저장된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몸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온도로 체온을 유지한다.

  동면을 하는 포유류는 가을동안 먹이를 한껏 먹어서 살이 쪄 충분한 지방층이 형성된다. 그런 후 고목 속이나 낙엽층 또는 굴이나 땅속 등 보온이 잘 되는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동면에 들어간다. 하지만 양서류는 기온이 내려가면 자신의 체온도 내려가서 활동을 못 하게 된다. 이들은 땅 위에 있으면 얼어 죽게 되므로 낙엽 속 혹은 나무뿌리 밑에서 겨울을 난다. 동면을 하는 동안 호흡은 물론 먹지도 않는다.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파충류들의 동면도 양서류와 별 차이가 없다.

  살다보면 가끔은 인생의 계절에도 때로는 동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탐욕과 증오로 들끊는 세상을 등지고 죽은 듯이 숨어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은 무용지물이 아니라 동면하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이다. 때가 되고 상황이 좋아지면 새 기분으로 힘찬 삶을 살아갈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재충전의 지혜다. 동물들의 동면은 대단한 기술이다. 만약 인간들을 약이나 주사 한 방으로 동면상태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인간 동면은 어떤 면에서 보면 영원히 잠들지 않고 살아있으려는 영생永生 욕망의 역설적 표출인지도 모른다.

  동면은 동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도 동면冬眠을 한다. 산다는 버거워서도 아니다. 삶을 절망한 까닭도 아니다. 겨울을 잘 버텨서 새봄에는 한뼘 키를 세우고 싶어서이다.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매서운 추위를 묵묵히 견뎌내야 산뜻하게 온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라!’고 한다. 이 말은 쾌락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하라는 것이 아니다. 쾌락 이상의 가치추구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하라는 것이다. 한 번 뿐인 삶에서 죽어서 가는 세상이란 없다. 육체가 한 줌의 흙으로 소멸되는 것임을 인정한다면 삶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물들도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될 때까지 정말 죽은 듯이 완벽한 형태로 동면을 한다. 우리들이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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