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발굴 위법성 조각사유
분묘발굴 위법성 조각사유
  • 정상현
  • 승인 2016.02.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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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유명절중 하나인 음력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과 함께 선산에 가서 성묘를 한다.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과 추석명절에 자신의 조상님들을 생각하면서 차례를 지낸다. 그런데 호주제도가 폐지된 이후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제사에 대한 관심도 희박해져가고 있을 뿐만아니라 우리 조상님들에 대하여 지내는 제사에 있어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어야하는 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들면 모친이 사망한 경우 망인의 남편인 아버지와 장남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사주재자를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으로 보아야할 것인가 아니면 망인의 장남으로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또한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생존해있는 경우에도, 처였던 망인의 제사주재자는 망인의 남편이 아니라 장남으로 보아야하고, 망인에 대한 분묘의 수호·관리권 역시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남으로 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검찰청에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 14006판결과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여 부친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도 경제력이 전혀 없는 장남이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부친을 분묘발굴죄로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됨으로써 이러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위 대법원 판례의 판결들은 모두 부모가 사망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위와같은 대법원 판례를 모친만 사망을 하였고 부친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기소함으로써 일반 서민들에게 많은 정신적?경제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과 장남인 아들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사주재자가 누구인지와 관련하여 우리 상례(喪禮)를 보면 처가 사망한 경우에는 비록 호주제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전통적으로 남편이 상주가 되어 상을 치르고, 상을 치른 이후에도 모든 제사는 남편이 상주가 되어 초헌을 하게 되는 만큼 제주(祭主)는 위 망인의 남편이라고 할 것이고, 제주(祭主)는 민법 제1008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사주재자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장사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6호 규정을 보면 연고자는 가. 배우자, 나. 자녀, 다. 부모, 라. 자녀 외의 직계비속, 마. 부모 외의 직계존속, 바. 형제·자매, 사.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 아. ‘가’목부터 ‘사’목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서 시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이고, 연고자의 권리의무는 위 각 목의 순서대로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위 법률에 의하더라도 남편이 처인 망인의 최우선 연고자이어서 결국 망인의 유골이나 분묘에 대하여 관리·처분권한이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전통 상례에 따른 관습법이나 “장사등에관한법률”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남편이자 배우자가 망인의 유골이나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가장인 남편이 이장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이장 당시 관례에 따라 망인의 분묘를 발굴하기 전에 망자에 대한 존숭의 예를 갖추어 이장하였다면 망인의 분묘를 수호, 봉사하며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있는 남편이 망인의 유골에 대한 종교적·관습적 양속에 따라 적법하게 이를 발굴하였다 할 것이다. 또한 배우자였던 남편이 처가 선산에서 망인의 분묘를 발굴하여 남편의 선산으로 예를 갖추어 이장한 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될 뿐만아니라, 사회상규(社會常規)에도 위반되지 않는 행위(형법 제20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유사한 일로 일반서민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사법정책적?제도적인 시정과 개선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현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 한국자치행정학회 회장(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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