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섬진강 겨울 도보여행
순창 섬진강 겨울 도보여행
  • 우기홍 기자
  • 승인 2016.02.1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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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함께 고향집에서 즐겁게 웃으며 정을 나눴던 올 설 명절이 끝났다. 이제 일상으로, 일터로 삶의 톱니바퀴가 돌아간 것. 2월 겨울의 끝자락 바람은 차도 어느새 햇볕에는 제법 온기가 돈다. 2월의 풍경은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준비가 분주하다.

 설 명절이 끝난 후 맞는 주말에 분주한 일상을 정리하고 자신을 찾아 떠나는 도보여행이 어울릴 때다. 또 가족과 함께 겨울 풍경이 주는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며 걷는 여행도 그만이다. 도보여행이라면 섬진강의 비경과 숲 속 길이 잘 어우러진 순창 ‘예향천리 마실길’만한 곳이 없다.

 어머니를 닮은 섬진강과 아버지의 인자한 미소처럼 편안함을 주는 숲길이 조화를 이룬 순창 섬진강 마실길로 떠나보자.

 

 ◆어머니의 미소를 담고 흐르는 섬진강 길

 섬진강은 임실과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흘러 광양에서 바다와 만나는 육백리 아름다운 물길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 따라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오롯이 간직한 아름다운 강이다.

 특히 순창의 섬진강은 강물의 흐름이 느리고 풍경이 아름답다. 저만치 기괴한 바위와 함께 흐르는 강물은 세월의 풍파를 조용히 가슴으로 인내한 우리네 어머니를 닮았다. 순창 예향천리 마실길의 가장 큰 매력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순창 예향천리 마실길은 섬진강 물줄기를 끼고 걸을 수 있는 4개 코스가 있다. 1 코스는 구미교에서 구암정을 거쳐 어은정에 이르는 길이다. 총 4km 구간으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2 코스는 강경마을에서 드무소골 구간으로 4.5km 구간이다. 3 코스는 현수교에서 강경마을 입구 구간으로 모두 4km 구간이며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매월마을에서 도왕마을을 지나 구미교 구간인 4 코스는 11.8km다.

 2월이라 아직 겨울 추위가 남아 있는 시기로 섬진강을 끼고 걷다 소담한 숲길로 올라가는 3, 4 코스 구간이 걷기에 좋을 듯싶다. 마실길의 3, 4 코스의 시작은 강경마을과 마실숙박단지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시작된다. 원래 강경마을에 올라 숲길을 걷다 섬진강길로 돌아 나오는 길이지만 겨울 섬진강의 모습이 그리웠던 삶이라면 먼저 섬진강변을 따라 걷는 코스도 이색적일 것 같다. 이제 출발해 보자.

 마실숙박단지로 향하는 길은 순창군이 자전거길을 조성해 걷기가 편하다. 한쪽으로는 섬진강이 겨울바람과 조용히 흐른다. 강 너머로는 용궐산의 산세가 아늑히 펼쳐진다.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희귀한 안내판을 만난다. 수탁이 하나 그려져 있는 간판에는 ‘북대미숲 도서관’일 적혀 있다. 작은 컨테이너에 노란 페인트로 예쁘게 멋을 냈다.

 들어가 보니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자리와 책이 가득 이다. 주인장이 길손들을 위해 만든 작은 도서관이 마실길의 주인장 행세를 하고 있다. 봄꽃이 필 때 가족과 함께 오면 더 좋을 듯싶다. 20여분 가량을 걸으면 섬진강 마실길 숙박단지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야영장과 숙박단지가 잘 갖춰져 있어 1박2일 머무르며 섬진강을 감상하기에 좋다. 여름에는 예약은 필수일 정도로 캠핑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앞에는 돌다리가 섬진강을 가로 질러 용궐산 치유의 숲과 연결되어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돌다리가 정겨워 보인다. 바로 앞에는 천 년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바위들이 비경을 이룬다. 이곳이 순창 섬진강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비경인 장군목 구간이다. 특히 이곳에 들르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는 명물 중의 명줄이다. 명물이라는 소문 때문에 몇 해 전에는 도둑을 맞았다가 주민들의 노력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산속 아늑한 매력의 산책길

 섬진강을 따라 40분을 걷다 보면 숲으로 접어드는 길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는 섬진강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숲길이다. 마실길의 숲길은 4km가량으로 길 폭이 3∼4m 정도의 오솔길이 강경마을까지 연결됐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 코스로는 제격이다.

 산이 크지 않고 작은 오솔길을 걷는 느낌으로 강경마을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말 그대로 옛 시골 산길을 생각나게 한다. 소나무며 밤나무가 산에 가득하고 산새 소리가 아름답다. 특히 강경마을 앞에는 봄에는 꽃 무릇이 피고 가을이면 밤나무가 많아 도보 여행객에게 기쁨을 준다.

 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강경마을은 열서너 채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자체가 또 한 폭의 그림이다. 아직도 남은 돌담과 돌탑도 있다. 가을이면 잘 익은 감들이 많아 누구나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섬진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더 걷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처음 길을 시작한 삼거리에서 구암정∼어은정으로 이어지는 1 코스를 더 걸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제 겨울의 끝자락이다. 얼마 후에는 따스한 봄바람도 불어올 때다. 본격적인 봄을 맞이하기 전에 조용히 자신을 만나려는 사람이나 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우면 겨울 비경과 소담한 숲길이 아름다운 순창 섬진강 마실길로 떠나보자.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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