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춘부(待春賦)
대춘부(待春賦)
  • 심형수
  • 승인 2016.02.10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막이 오른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가 예상을 깨고 클린턴 후보에게 박빙의 차이로 따라붙은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나이 74세. 정계를 은퇴해야 할 나이인데도 들고 나온 공약이 진보적 강령인 불평등해소이다. 50년 가까이 일관되게 사회주의적 정책을 지지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번 대만의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도 진보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인물로서 미혼 여성이라는 겉모습만 보고 우리나라 수구보수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닮았다는 주장을 펼치려다 화들짝 거둔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세계를 휩쓸었던 피케티 열풍의 핵심 내용인 자본주의에 구조적으로 내재해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돈이 돈을 번다.’ 라든가 ‘빈익빈 부익부’ 라는 단순한 명제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실증하였고 21세기 자본주 사회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극심한 불평등 구조의 해소가 필수적이므로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제도를 강화하되 국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었다. 최근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는 근본적 불균형 해소방안으로 노동시장에서의 고용과 임금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말이 있다. 집권여당이나 정부도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를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다가 급기야는 대통령과 총리가 길거리에 나서서 서명하는 촌극을 연출하기까지 하였다. 새로운 법안의 시행효과에 대해 여야간의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다수 국민의 복리증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법안 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해서 정하는 게 원칙이다. 법안의 내용이나 그 효과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일반국민들을 동원하여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우리 경제는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퍼부은 MB정권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쯤이면 투자수익이 회수되는 시점이건만 오히려 막대한 수리보수 비용이 추가투입 되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미래 성장동력산업이나 핵심역량사업에 투자 해야 될 재원과 시기를 허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채무의 누적으로 오늘날에는 누리사업의 예산편성마저도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간에 서로 떠넘기기 바쁜 웃지 못할 코미디까지 연출하고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의 ‘경제민주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현 집권당은 어찌된 일인지 집권 이래 이미 MB정권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낙수효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대기업 편중정책을 시행해 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 집권당의 경제정책에 실망하여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내걸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 이었다던 김종인씨가 더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입춘도 지나고 남쪽지방에서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추운 겨울을 지나며 누구나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리 고장이 낳은 시인 신석정은 6.25 전란이 끝난 1956년에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로 시작되는 대춘부를 발표하였고 소설가 박종화는 일제시대에 대춘부라는 소설을 매일신보에 연재했다고 한다. 어려운 시절에는 대춘부를 짓나 싶어 나 역시 추운 계절을 지나 우리의 삶에도 진정한 봄이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나름의 대춘부를 읊어 보았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