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모순: 북핵과 사드
설날의 모순: 북핵과 사드
  • 김종일
  • 승인 2016.02.10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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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만든 도구, 그중에서도 무기의 발전은 늘 인류 역사의 중심에 있어 왔다. 돌을 들고 싸우던 사람들은 청동검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고, 또 청동검은 철제검 앞에 무력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칼과 창 그리고 화살의 시대는 화약의 발명과 함께 서서히 막을 내렸다. 화약을 이용한 총과 대포의 등장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중세 이후 교황과 교회의 권위를 추락시키며 신의 세계에서 벗어난 인간 중심의 인문주의를 복원시켰고, 지방 영주들의 몰락과 왕권의 강화로 중앙집권적 국가체계를 완성시켰으며, 나아가 항해술과 총과 대포의 힘으로 전 세계를 자국의 식민지로 만들어 갔던 유럽 열강국들의 제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세계 2차 대전은 제국식민지배시대의 종말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새로운 전쟁의 패러다임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달갑지 않게 이번 설 연휴 우리의 한반도가 그 새로운 전쟁의 패러다임의 중심에 놓여 있다. 북한은 지난달 4차 핵폭탄 실험에 이어 설 연휴 첫날 기습적으로 로켓을 발사했다. 정부는 즉각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어수단으로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설 연휴 모든 언론은 다양한 각도의 의견을 보도하고 있다. 며칠 전 한반도 사드 배치에 관해서 MBC에서 발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이 67.8% 그리고 반대가 25.8%로 나타났다. 의외의 결과다. 반대의 수치가 생각보다 높다.

 모두 다 알다시피, 사드는 적국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고 그것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또 다른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인마살상의 목적을 가진 공격용 창이라면 사드는 이를 막기 위한 방어용 방패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북한이 핵탄두와 이를 발사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에 온 국력을 기울여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심각한 위협에 대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용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원칙이 정해지면 절차와 방법은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근자에 둘로 쪼개진 두 야당이 모두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유감이라는 대변인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두 야당 모두 사실상 반대한다는 얘기로 봐도 무방하겠다. 여당을 제외하고 다른 군소 야당들도 대개 마찬가지다. 여러 반대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국가의 존망과 5천만 국민의 생명보다 앞선다고 보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민족과 겨레의 독립과 주체를 앞세워 사대주의를 경멸해오며 반미와 반일을 외쳐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게 중국은 분명히 예외인 것이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들은 논리적인 반대를 듣고 싶다.

 일부 우리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의견까지 개진되고 있는 듯하다. 타당성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공멸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도 어긋날뿐더러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 안정과 평화를 보장해주지도 못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공격 수단에 대한 확실한 방어 체계 구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남북한이 영구적으로 안정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단호하고도 효과적인 조치들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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