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버니 샌더스
한국의 버니 샌더스
  • 나영주
  • 승인 2016.02.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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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0년 동안 수천조 원의 돈이 중산층으로부터 상위 0.01%로 이동하였다. 이는 미국민 전체가 버는 돈의 99%가 상위 1%에게 간다는 의미이고,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을 의미한다”

 2016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의 말이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2일, 버니 샌더스는 아이오와 민주당 당원대회에서 49.57%의 지지를 받아 49.96%의 표를 받은 힐러리 전 장관에게 아깝게 졌다. 미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실상 무승부’라고 표현했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칭하는 버니 샌더스가 이토록 돌풍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버니 샌더스는 유대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열심히 일했지만, 평생 방 두 개짜리 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6년까지 2차례의 상원의원, 2차례의 버몬트주 주지사 선거에서 떨어지는 등 실패를 거듭하다가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주 벌링턴 시장에 당선되어 이후 1987년까지 4선을 하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하원과 상원 의원에 내리 당선된 입지전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보수 공화당과 리버럴한 민주당의 양당체제 미국정치에서 ‘사회주의자’로서 꾸준한 커리어를 쌓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힐러리를 오히려 압도하고 있다. 평생 간직한 사회주의라는 신념을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여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그가 힐러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에 대하여 언론들은 위와 같이 일관된 정치 행보와 호소력, 50년 넘게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한 점, 경선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전혀 쓰지 않고 ‘불평등’을 미국의 주요 이슈로 선점하는 등 정책 선거를 지향했다는 점을 꼽는다.

 버니 샌더스의 돌풍은 먼 나라 미국 정치의 일만은 아니다.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격변하는 한국 정치에 대입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전북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출마하는 후보들은 제각각 자신이 유권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동안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조직을 동원하거나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일관된 정치철학과 행보를 가진 정치인이 우리에게도 있을까.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호남 정치의 복원’을 선언하면서, ‘뉴 DJ’를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걸출한 인물이 호남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전세계적으로 만성화된 불황과 중산층이 붕괴하여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버니 샌더스, 전북의 DJ는 언제 즈음 등장할까.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눈 비비며 찾아봐야 할 듯싶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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