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이주여성 “이젠 한국인이죠”
7년차 이주여성 “이젠 한국인이죠”
  • 박진원 기자
  • 승인 2016.02.04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을앞두고 한국으로 결혼온 이주여성들(차리-왼쪽, 메리로즈-오른쪽)이 한국의 대표음식인 전을 부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얼기자

 “한국 사람이 다 됐나 봐요, 이제는 전 부치는 것이 재미있네요”

 결혼 7년차 주부 메리로즈(필리핀·33)가 맞는 설 명절이 일상생활처럼 느껴진다.

 메리로즈는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전주시 완산구 해바라기봉사단이 주관한 설 음식 보내기 행사에서 전 부치기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남다른 솜씨를 뽐낼 정도로 음식실력이 수준급이다. 전을 부치는 순간에도 다가오는 설 명절에 대한 기대감이 표정에서 묻어난다.

 그녀는 전주시 효자동에서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제는 명절 음식 준비는 혼자서도 척척 해낼 정도로 한국 주부가 다 됐다.

 그녀는 처음 한국에 들어온 2009년, 처음 설날을 맞았다. 당시 시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장을 보고, 설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낯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뛰어나니기만 했다. 이제는 전 부치는 솜씨가 남다르다.

 메리로즈는 “설 명절만 되면 주부들이 힘들어한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보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나에게 설 명절은 항상 기다려지는 날이다”며 웃었다. 이어 “가족과 함께 설 음식을 먹고, 세뱃돈을 받을 생각에 벌써 즐겁다”며 아이같이 즐거워했다.

 “설 명절 즐겁게 보낼 때면 필리핀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는 메리로즈는 “그럴 때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차리(필리핀·30) 주부는 명절이면 시댁에 내려가 설 음식을 준비하는 맏며느리다. 그녀 역시 7번째 설을 맞이한 다문화 가정주부다. 그녀는 3명의 자녀를 둔 다자녀가정의 엄마다. 2009년 처음 국내로 들어와 김제 소재 시댁을 찾을 때는 명절이 낯설었다. 현재는 명절 음식을 누구보다 잘 해내는 맏며느리 역할을 척척 해낸다.

 그녀는 “한국에 처음 와서 설 명절을 맞이할 때만 해도 진땀을 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금은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수다를 떨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여유를 부렸다. 이어 “맏며느리로 명절을 맞이할 때마다 책임감도 들지만, 가족들의 배려에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며 “세뱃돈을 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명절이 가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명절 때면 가장 생각나는 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다. 명절 때면 전화로 서운한 마음을 달랜다”며 “고향 생각이 간절할 때면 친부모처럼 따뜻하게 감싸주는 시부모님이 있어 든든하다. 이번 설 명절에도 맏며리에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며 밝게 웃었다.

 박진원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