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설날이 그립다
추억의 설날이 그립다
  • 백경태
  • 승인 2016.02.0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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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은 추석, 한식,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로 꼽히는 날이면서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새해를 힘차게 출발하는 우리 고유의 대명절이다.

어린 시절엔 설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다. 그래서 설날 몇 일 전부터 몇 밤을 자면 설이 올까 작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기다리곤 했다. 설이 되면 우선 새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았고 먹을거리가 다양해서 좋았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도 가래떡을 빼고, 부침개를 부치는 등 명절 음식을 만들고, 마을별로 소나 돼지를 잡아 온 마을이 풍성한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설날 아침이 되면 조부모, 부모님께 세배하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모든 어른들께 세배를 했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덕담을 하시고 장만해둔 음식을 내놓았다. 세배가 끝나 오후쯤이 되면 팽이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놀이로 하루종일 바빴다.

이처럼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에게 설날은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설’이란 말은 우리 고유의 말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와‘처음은 낯설다고 해서 설다’에서 유래 되었다는 말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으로 ‘삼가는 날’이라는 의미의 신일(愼日)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의 설날과 유사한 명절이 있다. 가까운 중국은 설날을 춘제라고 하여 그믐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고 한다. 만두 속에 소독한 동전이나 고춧가루, 겨자 같은 것을 넣어서 동전이 나오는 사람은 큰 행운을 잡았다 생각하고 온 식구들이 밤을 지새우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

베트남은 설날(뗏)을 음력으로 지낸다. 뗏(Tet)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 베트남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베트남은 아침과 오후 그리고 다음날까지도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친척, 선생님, 이웃들을 방문해 서로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기도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이처럼 각 나라마다 또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설날을 맞이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풍족한 음식을 만들고 서로의 사랑과 화목을 다지면서 한해의 복을 기원하는 것은 비슷한 풍습이라 말 할 수 있다.

옛말에‘명절이 기다려지지 않으면 어른이 된 것’이란 말이 있지만 옛날 추억속의 스토리가 있었던 설날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말이다.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들을 보면 의외로 명절이 싫다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다.

예전에는 명절 증후군을 겪어야 하는 주부나 여성들의 기피현상이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엔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사업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가세했다고 한다. 또한 결혼 적령기를 놓친 처녀 총각들은 친인척들과의 마주침을 피하기 위한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명절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고향집을 찾았다가 당일치기로 귀가하는 가족이 많아졌다. 역(逆)귀성도 늘었다. 여기다 번잡한 명절에 굳이 고향을 찾지 않고 해외로 떠나는 명절 여행족도 늘어나고 있어 설날 문화의 전통이 사라져 가고 있다.

세계는 하나가되어 문화가 차츰 혼미해지고 있다.

이제 기성세대들은 많은 시행착오와 소홀했던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인 설 명절을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추억속의 명절로 만들어 줘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 22세기에는 문화가 앞선 나라가 선진국이 된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훌륭하고 멋진 문화들을 물려받았다. 그동안 현대문명과 경제발전속에서 잠시 소홀히 하고 잊혀진 우리 고유문화를 하나하나 되살려 이 시대에 맞는 전통문화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어머니가 지어주신 새 옷은 아니더라도 1년에 한번 어릴적 만이라도 설날에는 한복을 입었던 추억을 만들어주고, 형식적으로 차리는 많은 종류의 음식 보다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드는 설날음식,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놀이 등으로 설날의 의미를 일깨워 주워야 할 것이다.

섣달 그믐밤 잠들면 눈썹이 센다는 속설을 이제 더 이상 믿지 않고 세뱃돈을 기대하던 소년이 머리가 새하얗게 쇠어버릴 만큼 장년이 되어가지만 난 아직도 어린 시절 추억의 설날을 그리며, 2016년 음력 병신년을 시작하면서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은 덕담 한마디로 정을 나누며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소원해본다.

백경태 / 전라북도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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