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日本)의 쌀 수급정책’ 보고나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일본(日本)의 쌀 수급정책’ 보고나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 황의영
  • 승인 2016.02.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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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연말 일본에 연수 갔을 때 12월 24일자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에 「일본의 쌀 수급정책」이 6단 기사로 대서특필되어 읽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쌀에 대한 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물거리고 있기 때문인지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와 관심 있게 읽어봤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이 남아돌아서 문제다. 일본정부는 1971년부터 ‘쌀 생산조정(コメの生産調整 ; 減反)정책’을 쓰고 있다.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면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여 생산량을 감축시키는 정책이다. 국내소비가 감소하고, 생산기술이 향상되어 쌀이 크게 남아돌기 때문에 도입된 정책이다.

 정부가 수요를 예측하여 생산량을 결정하여 지자체인 각 도도부현(都道府縣)에 할당한다. 이 정책에 협력한 농가에는 교부금을 지급하고 전작(轉作)에 응한 농가는 작물의 종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이러한 보호정책을 중시하던 일본이 농가의 자립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15년 주식용 쌀 생산량(744만톤)이 국내소비감소가 반영되어 쌀 생산조정 목표량(751만톤)을 하회했다.

 감반(減反)목표가 2004년 이래 처음 달성됐다. 빵과 면류 수요가 증가한 반면 쌀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농가가 생산면적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감반정책을 2018년부터 폐지하고 농가 스스로 생산량을 자주적으로 결정토록 하겠다고 한다. 감반에 협력하는 생산자에게 지급하던 교부금(10아르당 7,500엔)도 중지한다. 다만, 생산자에게 감수액(減收額)의 9할을 보전하는 제도나 쌀 보호정책은 잔류한다. 환태평양경제연휴협정(TPP)으로 미국과 호주로부터 수입기로 한 최대 8만 톤은 정부비축미 수매 시 추가로 더 수매하여 가격폭락을 방지할 계획이다.

 TPP협약 이행으로 브랜드화·수출·가공판매 등 「돈 버는 벼농사」의 대응을 서두르며 판로확대에 진력하고 있다. 니가타현(新潟縣) 사토시(佐渡市) 거주 농민 아이다(相田)씨는 ‘사토아이다라이스팜(佐渡相田ライスファ-ミング)’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2015년산 쌀 2.7톤을 홍콩의 스시(すし, 초밥)가게에 수출했다. 그는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영어로 고객에게 직접 판매 공세를 취했다. 연간 쌀 93톤을 생산하는 그는 처음으로 수출했는데 “지금은 수출이 미미하지만, 앞으로 생산량의 30%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하며 “국내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로 돈을 벌려면 해외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브랜드쌀 경쟁도 치열하다. 아오모리현(靑森縣)은 현내(縣內)생산 신품종 ‘아오텐노 헤기레기(靑天の 霹靂[へきれき])’의 홍보담당직원만 12명을 확보하고 판로개척에 나섰다. 일본곡물협회 식미(食味)랭킹 최고등급인 ‘특A’를 2014년에 획득하고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가의 기업 참가도 이루어졌다. 편의점 대기업인 로손(Lawson)은 지난해 3월 니가타시 농민들과 합병회사를 설립했다.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햅쌀을 사용하여 오니기리(おにぎり, 주먹밥)를 11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판로확대,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의 쌀 정책을 요약하면 정부가 강제하던 생산면적할당의 감산정책은 2018년부터 폐지하고 지자체와 농가가 합심하여 좋은 쌀 생산과 판로확대에 매진하는데 국내소비감소분을 외국에 적극 수출하여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쌀농사의 짐을 정부가 벋어서 농가의 어깨에 올려놓는 정책의 변화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쌀 수급 상황이 일본과 비슷한 궤도를 가고 있다. 국내소비는 감소하고 물량은 남아돌아 창고에 쌓이고 41만 톤의 MMA(최소시장접근)물량은 매년 들여와야 하고 관세화하여 시장은 개방되고, TPP 가입은 신청해 놓은 상태고, 첩첩산중이다. 이만저만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렇다. 난마(亂麻)다. 놓고 갈 수도 쥐고 갈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지금 바로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일본은 관세화를 받아들이고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개방에 대한 대응과 농가자립을 위한 정책을 병행 추진하면서 쌀 농가의 자립력을 높였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관세화를 유예받으면서도 변변한 농가경쟁력제고 정책을 실행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에게도 시간이 없다. 우리에겐 1980년대 초반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세계 쌀 시장을 기웃거리며 비싼 값에 사온 아픈 추억이 있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옷을 지을 수는 없다. 개방에도 끄떡없이 우리 농가가 쌀농사를 지어 우리 식탁에 계속 올릴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주무부서는 물론이고 재정을 담당하는 부처도 국회도 지방자치단체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내야 한다. 2016년 1월 30일자 모든 중앙일간지에 중국에 쌀을 처음으로 수출하는 컨테이너 앞에서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이 났다.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계속해서 쌀을 선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에게 우리 쌀을 주식으로 삼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쌀농사는 ‘계속 쾌청’의 기상정보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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