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4.13 총선인가
누구를 위한 4.13 총선인가
  • 최낙관
  • 승인 2016.02.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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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벌 중의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이는 약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남긴 명언이다. 결국, 정치란 대의의 대행자나 지배자를 내 손으로 선택하는 게임임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 앞에서 출마자들의 생각과 행동도 바빠지겠지만 그들을 선택할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유권자들의 마음 또한 어지럽고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어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마치 패닉상태에 빠진 듯 어수선한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분명히 선거구 획정문제에 있다고 본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를 재획정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는 선거구 획정을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함에도 국회 내에서 여야는 끝없는 정치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한마디로 선거구 획정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관련 4개 법안, 테러방지법 등 6개 쟁점법안 협상과 맞물려 발목을 잡히면서 시간만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식물국회’라는 비난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더 이상 지속하여서는 분명 안 된다. 그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의장실은 설 연휴를 최종기한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할 경우, 총선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246개 선거구가 사라지는 무선거구 사태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가히 해도 너무하는 기가 막힐 상황이다. 어쩌면 이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의 본질은 특히 현역의원들의 기득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본다. 현역의원들은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지명도를 누리고 있고 나아가 공천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다 해도 서두를 이유가 없다. 반면 정치신인들의 입장은 이와는 반대이기 때문에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정치발전과 함께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유권자들은 그래서 국회와 의원들의 행태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설사 알고 있다 해도 그들이 어떤 정치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물론 어떤 공약을 제시하는지도 모르는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유권자가 과연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준비된 역량 있는 ‘정치가’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신당의 바람이 일고 있는 전라남도와 달리, 우리 전라북도 현역의원 대다수는 ‘더불어 민주당’에 잔류함으로써 애써 자신들의 선택을 미화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는 궁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통렬한 ‘자기반성’보다는 ‘기득권 유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 정치신인들과 과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인들이 현역의원들과 맞서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대결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물론 치열해진 정치경쟁 속에서 유권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 또한 있지만 촉박한 선거일정으로 인해 정책대결이 사라져 버린다면 구태가 반복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놀음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혼돈상태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투표참여마저 거부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진다면 그 결말은 비극 그 자체이다.

 급기야 선거구 획정을 미루는 국회를 상대로 소송과 고발이 일어나고 ‘선거구 부재’ 장기화에 대한 항의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예비후보자까지 있다는 보도는 씁쓸하기만 하다.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잡음으로 인해 정치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정치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심히 우려가 된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제임스 클라크의 명언이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 건 왜일까?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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