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내 자식을 살해하는 부모
아동학대, 내 자식을 살해하는 부모
  • 김형준
  • 승인 2016.01.2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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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초등생 아들을 아동학대 끝에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여 몇 년간 냉동고에 보관한 부모의 사건이 알려져 온 나라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피해 아동에 대한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있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자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수년간 냉동 보관한 엽기적인 사건의 피의자 부부는 최근까지 둘째인 딸을 태연하게 학교에 보내고 자신들도 평범하게 일상을 보낸 것으로 들어나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이런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상상도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그렇게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도 상상키 어려운데 부모가 친자식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보통 사람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번 사건을 보면 살인을 저지른 아동의 아버지 역시 어릴 때 홀어머니에게 상습적으로 맞고 자랐다고 진술하였고 전문가의 분석 상 ‘분노충동조절장애’ 증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버지 최씨는 공격적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충동조절장애 증상과 알콜중독의 문제, 그리고 청소년기 은둔형 외톨이처럼 고립된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머니 한씨 역시 의사소통과 인지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고 특히 남편의 상실에 대한 심각한 분리불안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은 이같은 분리불안 심리가 결국 남편의 요구에 따라 아들의 시신 훼손을 돕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한 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사망과 남편의 시신 훼손 사실을 알면서도 ‘딸의 양육을 위해 이를 숨겼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최씨와 한씨 모두 공통적으로 성장기에 부모의 방임과 부적절한 양육을 경험해 오면서 사회적 심리적으로 폐쇄적이고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장과정의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과 가정 내 폭력이 대물림되어 자신의 아동에 대한 학대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식을 살해한 부모를 두고 “분명 제 자식이 아닐 것”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실제로는 친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는 계부나 계모에 의한 살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발생한 230건의 자식 살해 범죄 중 96.52%가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졌다. 아버지의 경우 아들을 살해한 경우가 59.1%로 딸보다 많았고, 어머니의 경우 딸을 살해한 경우가 56.1%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가해자인 부모의 연령대는 30~40대가 전체의 77%였으며, 피해자인 자식의 연령대는 10세 미만이 58%로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연령의 자녀가 많이 살해됐다. 어릴수록 쉽게 제압당해, 목을 졸리거나 베개로 입과 코를 막아 질식사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 연이은 아동학대와 존속살해 사건으로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이를 가족을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와 관련 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학회는 아동학대나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사태를 막으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도 강조했다. 또한 학회는 가정 내 아동학대나 친족 살인은 분노 조절 문제, 스트레스로 인한 실직, 알코올, 학교 부적응, 경제적인 어려움을 적절한 시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아동학대로 자식살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차원에서의 다층적인 예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가족 내 범죄 사건은 구성원을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와도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부모와 자녀의 경계를 구분하고, 사랑을 내세워 아이를 때리거나 과잉보호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엄격히 훈육하는 것과 학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모의 엄한 훈육이 폭력이 되고 세월이 흘러 장성한 자녀가 또 다른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도 경고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내 자식 내가 알아서 가르친다는 전통적인 가부장식 관점은 더 이상 옳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라고 해도 내 자식을 물리적으로 체벌한 권한은 없으며 또한 나의 소유물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폭력 등 가정 내 폭력문제에 개입을 꺼리던 법과 공권력도 이제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이며 부모 역시 내 자식을 심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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