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4> 판로 확보가 1순위 과제
[전북경제]<4> 판로 확보가 1순위 과제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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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락제품 제조업계의 L 사장(50·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요즘 고민이 많다. 100㎡의 창고에 재고품이 쌓여 있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자금난 가중의 근원이 되는 까닭이다. 그는 “제품 경쟁력으로 따지면 다른 지역 업체를 뛰어넘는다”며 “다만 종업원 15인의 중소기업이다 보니 자체 마케팅을 할 수 없어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도내 중소기업계의 뿌리 깊은 경영난은 통칭 ‘3고(苦) 고질병’이라 불린다. 자금난과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기다 판매난에 따른 고통도 가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L사장은 “판로 확보만 되면 자금난과 인력난도 모두 풀린다”며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판매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강화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 통계청은 매달 광공업의 3대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이 통계는 한 지역의 제조업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는 점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제조업 생산과 출하, 재고 등의 지수가 바로 그것. 전북지역의 작년 11월 중 3대 지표 중 가장 악화된 모습을 보이는 게 바로 재고지수다.

 전북의 제품 재고지수는 작년 6월 한때 133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우울한 단면을 보여줬다. 재고지수가 133이라는 말은, 지난 2010년의 재고보다 무려 33%나 폭증했다는 뜻이다. 얼마나 심각한지 생산과 출하 지수와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전북의 생산지수는 작년 11월 중에 98.0이었고, 출하는 99.1이었다. 창고에 팔지 못한 물건이 가득 쌓인 회사에서 다시 물건을 만들려 생산라인을 돌릴 바보는 없을 것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생산을 하지 않았고, 출하도 바닥을 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재고지수만 놓고 보면 지난 2014년 이후 2년 이상 심각한 수준을 달리고 있다”며 “만성적 재고부담이 기업경영을 옥죄는 수준까지 왔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3: 물건이 팔리지 않다 보니, 업종마다 판매 활성화를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화학제품, 섬유제품은 작년에 두자릿수 이상의 재고 누증을 호소했고, 식료품 등 일부 업종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질적인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보니, 도내 중소기업들은 올해 정부에 판매와 관련한 정책적 지원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가 지난해 12월에 도내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올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지원 과제를 물었더니, 도내 응답기업의 무려 48.6%가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수 활성화는 기업들의 제품 판매와 연관이 있고, 결국 중소제품이 잘 팔릴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과 똑같다. 공공구매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12.3%)까지 포함하면 판로개척을 지원해 달라는 기업 비율은 60%에 육박한다.

 #4: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북도와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 추진하는 ‘TV홈쇼핑 지원사업’은 일말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은 TV홈쇼핑 진출업체가 해당 방송사에 매출의 평균 30% 이상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홈쇼핑 진입 장벽을 낮춰 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해 주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출자해 설립한 중소기업 전용 전국 TV홈쇼핑인 홈앤쇼핑 채널을 통해 4년간 도내 중소기업 25개사에 수수료로 2억4천만원을 지원해 주었더니, 무려 24억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이 사업을 지원받은 도내 한 제조업체 대표 A씨(57)는 “산·관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홈쇼핑 진출을 돕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며 “단기간 내 매출뿐만 아니라 광고·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북도를 포함한 각 지자체는 중소기업의 일시적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책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 지원사업을 펼치면, 해당 기업의 판매망을 뚫어주고 이를 통해 기업이 자금난을 해갈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게 된다. 쉽게 말하면 기업들의 선순환 고리를 마련해 주는 사업이랄까.

 #5: 전북도와 경진원은 TV홈쇼핑 지원사업의 효과성을 기반으로 기존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방송사인 홈앤쇼핑을 통해 방송을 지원했다. 하지만 효과가 좋다는 분석에 따라 올해부터는 현대와 CJ, 롯데, GS, 홈앤쇼핑, NS 등 7개 홈쇼핑사를 대상으로 확대 지원할 방침이다. 홈쇼핑사는 업체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방송 채널의 폭을 넓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올해 홈쇼핑 방송지원 대상으로 7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며, 선정된 업체는 최고 1천만원의 홈쇼핑 판매수수료를 지원받게 된다. 경진원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 입점 지원으로 지역 중소기업 판로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홈쇼핑을 통한 판로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난과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중소기업에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라면, 판로 지원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며 “중소기업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판매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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