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민한당
안철수와 민한당
  • 이정덕
  • 승인 2016.01.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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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의원은 호남에 와서 ‘김대중정신’과 ‘광주정신’을 외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깃발로 역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룩했다”며 “오늘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합리적 개혁 정당의 깃발을 다시 올린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당이 강력한 제1야당이 되면 1985년 신민당이 무능한 민한당을 제치고 군부독재를 끝냈듯이 한국 정치의 혁명적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독재와 협조하는 관제야당 민한당이고 국민의당은 한국의 민주화를 이룩한 신민당이라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역사를 왜곡해도 아주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국민의당이 오히려 민한당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보수에 기울어 있으며, 안철수 의원은 민한당처럼 중도를 이야기하고 있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쇠퇴시킨 이명박 정부의 세력을 흡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크게 쇠퇴시킨 독재자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라고 칭하는 등 잘못된 정권을 비판하기보다는 포섭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독재정부에서 김대중, 김영삼 등의 강력한 야당 정치인의 정치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제1야당으로 존재했던 유치송 총재의 민한당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그대로 용인하고 공존함으로써 독재를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관제야당 또는 민정당의 2중대라는 비판도 받았다. 김대중, 김영삼은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직접 나서지 못하고 이민우 총재를 내세워 독재를 비판하는 강력한 야당인 신민당을 만들어 1985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이 되었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결국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를 쟁취하였다. 민한당은 전두환 독재정부의 들러리가 되어 당시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신민당에 밀려 쇠락하며 사라졌다.

 현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비정규직 확대와 불평등 심화로 대변되는 경제불안 그리고 민주주의의 쇠퇴이다. 비정규직 확대와 불평등 심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도 커다란 책임이 있지만, 현재의 경제불안과 민주주의 쇠퇴에 대한 가장 커다란 책임은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새누리당 정권에 있다. 따라서 비판의 초점은 지난 8년간 실정을 이어온 새누리당 정권이 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야당이 해야 할 일은 현 정권의 실정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젊은층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크게 높아져 있다. 각박한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76%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도 있고,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기 싫다는 20대가 62.8%에 이른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나라가 심각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나라는 삶의 여유가 있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이지만 현재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안철수 의원이 해야 할 일은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보다 정부의 실정을 철저히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나라가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인지를 제시하여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의당이 신민당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민한당이 될 것이다.

 이정덕<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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