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천연 가습기, 실내식물
겨울철 천연 가습기, 실내식물
  • 고달관
  • 승인 2016.01.21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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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만 되면 주부들은 건조한 실내 공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 실내가 건조하면 목도 따끔거리고 눈도 뻑뻑해진다.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를 시키자니 미세먼지와 추운 날씨에 콜록대는 아이들의 기침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가습기를 쓰자니 왠지 내키지도 않는다.

 현대인은 하루 일과 중 9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하며 하루에 20~30kg 정도의 공기를 마신다. 그렇다보니 실내공기를 관리하지 않아 나빠지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들이 쾌적하게 느끼는 실내 습도는 50~60%이다. 그러나 겨울철 가정집의 습도는 30% 이하로 매우 건조한 데, 가정에서 식물을 기르면 식물의 증산과 증발에 의해 실내 습도가 올라가게 된다. 증산이란 식물 잎의 앞뒷면에 있는 기공이라고 하는 숨구멍으로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나오는 현상이고, 증발은 화분의 토양 표면으로부터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 가는 것을 말한다.

 실제 식물과 물에 의한 실내 가습 효과를 실험했더니 물에 의해 습도가 10% 증가하는 동안 식물은 4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을 기를 때 화분에 물을 주면 물이 뿌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균은 완전히 필터링 되기 때문에 식물에 의한 가습은 세균 걱정이 전혀 없는 순수한 물 입자가 나온다. 즉, 식물은 깨끗한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식물은 이러한 가습 효과뿐만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이온도 많이 발생하고 유해물질도 흡수한다.

 가습효과가 높은 식물은 대체로 잎이 크고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행운목, 홍콩야자로 불리는 쉐플레라, 장미허브, 돈나무 등이 효과적이다. 행운목과 쉐플레라는 햇빛이 너무 강한 창가보다는 거실 안쪽에 두는 것이 좋으나, 밝을수록 가습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직사광선은 피하되 가능한 밝은 곳에 둔다. 장미허브와 돈나무는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베란다나 창가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

 실내식물은 이러한 가습 효과뿐만 아니라 실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식물을 이용해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실험한 결과,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가 특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제거시킨 실내식물의 잎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미세먼지는 잎에 윤택이 나게 하는 왁스 층에 달라붙거나 잎 뒷면 기공 속으로 흡수돼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산작용에 의해 잎의 왁스 층이 약간 끈적끈적해져 미세먼지가 달라붙기 때문에 잎에 흡착된 미세먼지는 잘 떨어지지 않고 특히 입자가 적은 초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든다.

 이처럼 식물의 잎에는 많은 미세먼지가 붙어 있기 때문에 잎의 먼지도 씻어낼 겸 일주일에 한 번은 베란다나 화장실로 옮겨 잎에서부터 물을 흠뻑 준 후에 한나절 정도 그대로 뒀다가 제자리로 옮기면 생육도 좋아지고 광합성과 증산 작용이 활발해져 가습 효과도 더욱 뛰어나게 된다.

 가정에서 식물을 키울 때 물관리가 가장 어렵다. 보통 1m 이상 되는 큰 식물은 5∼7일에 한 번, 중간 크기는 3∼4일에 한 번, 30cm 이하로 작은 식물은 1∼2일에 한 번 주는 것이 좋다. 물을 줄 때는 한꺼번에 많이 주지 말고 화분을 3지점으로 나눠 조금씩 주면서 흙속으로 물이 고루 퍼진 후 나머지 물을 주되 화분 바닥까지 스미어 나올 때까지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이처럼 가습효과와 미세먼지, 유해물질 제거 기능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 키우는 재미까지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식물에 물을 주고 자라는 과정을 함께 관찰하면 교육 효과까지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움츠러드는 추운 겨울철, 저녁 식사를 한 후엔 가족이 다함께 거실에 모여 앉아 실내식물이 전해주는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을 느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본다.

 고관달<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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