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정치’, ‘힘없는 정치’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어왔던 전북 정치가 변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전북지역 현역의원 9명 모두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 표명했다.
전북의원 기자회견은 4·13 총선을 앞두고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야권의 정치지형을 일시에 바꿔 놓는 메가톤급 전북발 핵폭발로 비유된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전북 정치권을 이날 기자회견 이전과 이후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전북의원의 더민주 잔류 행보가 4·13 총선에서 여·야간 성적표는 물론이고 신당 정국에서 야권진영의 주도권 향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원의 당 잔류 선언이 알려지면서 분열의 끝없이 추락을 거듭했던 전남·광주에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여론이 요동쳤다.
전남·광주로 상징됐던 호남 정치의 중심축이 전북으로 이동하고 앞으로 야권통합 등 야권진영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전북 정치권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텃밭이었던 호남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전북 의원 9명의 당 잔류는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향후 총선 정국을 뒤흔들 파괴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더민주 비주류 좌장이 탈당했지만, 지금까지 탈당의원 수는 13명에 불과하다.
더민주 소속 의원은 “이런 추세라면 탈당의원 20명을 받아들여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국민의당 전략이 물거품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의원 9명의 수적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를 바로 보여주고 있다.”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최대 계파라 할지라도 현역의원 10명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북의원 9명이 갖는 규모의 파괴력을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은 이번 전북의원 당 잔류 기자회견은 전남·광주 붕괴로 호남의 텃밭을 잃을 수 있는 더민주의 절체절명의 정치적 순간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권신당의 원심력을 차단하고 더민주 중심의 구심력을 강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더민주 탈당 이후 전북지역 시·도의원 탈당은 10명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추가 탈당까지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당 잔류를 선언함에 따라 전북에서 시도의원 탈당 가능성은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정국에서 전북 정치권이 이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북 민심과 지난 19대 총선에서 현역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등이 이유가 됐다.
지난 19대 총선 시작과 함께 더민주 소속 현역의원은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을 비롯 전북도 예산 6조원 시대 개막 등 전북 현안을 줄줄이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총선 이후 중진의 최규성, 김춘진 의원은 국회 부의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전북 정치의 차세대 주자인 이춘석 의원은 더민주 원내대표가 유력한 상태다.
총선 이후 전북 정치권 위상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굳이 민심이 전남·광주 분열의 프레임에 따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정치권 내 일반적 시각이다.
서울=전형남기자
합하여 힘을 키울 생각은 전혀없는 ... 그런 바보적 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