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안경부터 닦아야
내 마음의 안경부터 닦아야
  • 김동근
  • 승인 2016.01.1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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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 부부가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기름을 넣는 동안 주유소 직원이 차의 앞유리를 닦아 주었다. 남편은 기름이 다 들어갔다고 이야기하는 주유소 직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차의 앞유리가 더럽다며 다시 닦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주유소 직원은 친절하게 대답하며 혹시 자신이 놓친 얼룩이 남아 있는지 살피며 꼼꼼히 앞유리를 닦았다. 그런데 남편은 주유소 직원에게 짜증을 내며 유리 닦는 법을 모른다며 핀잔을 주었다. 이때 부인이 남편의 안경을 벗겨 닦아 주며 다시 씌워 주었다. 그때야 남편은 자신의 안경 때문에 잘 닦여진 유리창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소중한 물건은 안경이다. 안경은 시력이 나쁜 사람의 눈을 잘 보이게 하거나 먼지, 바람, 강한 햇볕으로부터 눈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안경을 쓰면 흐릿하게 보이던 사물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안경이 더러워지면 잘 보이던 사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항상 안경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안경은 눈이 나쁜 사람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안경을 쓰고 산다. 투명하고 깨끗한 안경, 얼룩진 안경, 깨진 안경, 색안경 등 다양한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다. 내 마음의 안경이 파란색 안경이라면 세상은 파랗게 보이고 빨간색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이 빨갛게 보인다. 마음의 안경은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사람들은 자기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면서 좋다 나쁘다 이야기한다.

인간의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하는 인간학인 에니어그램(Enneagram)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9가지 성격 안경이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여러 성격 유형이 혼합되어 나타나지만, 특정 패턴의 기본적인 성격 유형을 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좀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가는 시작이다.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출발이다. 성격 안경은 인간의 본성이 순수할 때인 어린 시절에는 옅게 나타나지만 냉혹한 현실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욕심이 생길수록 진하게 나타난다.

정치인이나 기업체 회장과 같은 리더들은 자기 성격에 맞는 안경을 끼고 자기 성격대로 정치하고 기업체를 운영한다. 예를 드러나는 올바르며 착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사회의 비뚤어진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공적이며 효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의 마음의 안경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성공과 실패라고 하는 척도로 잰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불편해한다. 나는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마음의 안경을 가진 사람은 부정, 게으름, 허영심 등을 재빨리 간파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행동으로 표현한다. 직선적이고 자기 의존적이며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자신이 약해지고 종속적일 때 자괴감에 쉽게 빠진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갖기를 원하고 남에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노력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끼고 있어서 그리고 마음에 욕심이 가득 차게 되면 마음의 안경 색깔은 더욱 진해진다. 마음의 안경이 진해지면 자신이 성취하고 누렸던 자랑거리의 노예가 된다. 마음의 안경 색깔 때문에 모든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음의 안경이 얼룩진 안경인지, 깨진 안경인지, 색안경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깨끗하게 닦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유형의 리더이어야 하는가? 적어도 자기 마음의 안경이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 분별하고 자기 마음의 욕심을 비우는 리더, 자기 욕심에서 벗어나 전체를 바라보려는 리더, 자기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먼저 자기 안경을 닦아내려고 노력하는 리더이다. 리더들이여.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의 안경을 확인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의 안경을 확인하고 먼저 자신의 마음의 안경을 닦는 리더가 되길 바란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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