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 2년차인 이씨(33)는 올해 이사철 성수기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신혼집 전세계약 만료 기간인 5월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3천만 원 더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빚내서 마련한 전세보증금 1억5천만원도 힘겹게 갚아나가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씨. 결국 돌려받을 보증금 조건에 맞춘 전세아파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저금리 이자수익 탓에 월세로 전환하려다 그나마 세입자를 고려해 보증금 올리는데 그친다는 집주인의 엄포에 이씨는 또 한 번 집 없는 설움을 토로한다. 이씨는 “부부 합산 월수입이 300만 원 조금 못 미치는데 매달 생활비며 대출금까지 나가다 보니 정작 모으는 돈은 없다”며 “올해는 출산까지 앞두고 있어 지출될 생활비도 많은데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2: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전세 대란이 계속되면서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규제 강화에 이어 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서 2년마다 옮겨야 하는 철새 세입자들의 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3 전북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의 65만 가구 중 전·월세 비율은 30%로 약 19만 5천 가구가 전·월세 주거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 계약은 2년마다 체결되고, 보통 1년 중 이사 수요가 급증하는 봄·가을 두 번 성수기를 맞는다. 2년에 4번의 이사철이 들어 있음을 감안할 때 19만5천 가구 중 25%인 5만 가구가 매번 이사 성수기마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북지역 평균 전셋돈은 8천100만 원으로, 올 3월 이사를 해야 할 전세인들이 찔러 놓은 총 전세금은 대략 4조500억원에 이른다. 지난 3년간 도내 전세금 상승률은 1.6%로, 이는 한해 0.6%씩 오른 수치다. 올봄에 이사해야 할 도내 전세금 총량(4조500억원)에 한해 전세 인상분(0.6%)을 곱한 세입자들의 추가 부담은 매년 1천944억원에 육박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3: 문제는 대출규제 강화정책과 계속되는 지역경제 침체로 집주들이 전세에서 반 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을 올리는 등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은 평균소득대비 주택가격이 4.31로 전국(5.64)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곧 전북의 전세 세입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더욱 힘들다는 표상”이라고 말했다.

　한 가구당 주거비용 부담은 1천만원으로, 전북도민 1인당 평균 소득 1천600만원의 60% 정도가 꼬박꼬박 전세금에 지출된다는 주장이다. 이러다 보니 이사하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반복하고 적금은커녕 내 집 마련의 꿈은 녹록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2015년 11월 중 전북지역 금융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예금취급기관을 통한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19조5천61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전월(19조4천112억원)보다도 1천5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9조5천866억 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의 49.0%를 차지한다.

　#4: 전셋집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세입자들만큼이나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철마다 옮겨다니면서 은행빚만 늘어나는 전세 난민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도내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줄이고 보다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용민 전북도 주택건축과장은 “서민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대보증금 지원을 확대하고 오래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주거정책이 추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