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농업의 ‘혁신적 실험’
5000년 농업의 ‘혁신적 실험’
  • 강현직
  • 승인 2016.01.14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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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는 올해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새로운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수입 농산물의 확대와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폭락 등 상시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첫 시도이다. 생산자 농민의 실질적 이익과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가의 농업경영비 일부를 보전해 주기 위한 ‘농산물 최저가격제도’가 그것이다. 농산물 최저가격제의 도입은 우리나라 5천년 농업의 실험이자 농민들에게 큰 희망과 울림을 주는 혁신적인 정책으로 기대가 크다.

지난해 삼락농정의 대표사업으로 1년 동안 농민단체와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도입의 필요성과 도입방안을 논의하고 올해 시범사업으로 도입키로 합의한 ‘농산물 최저가격제도’는 시군 통합마케팅 조직 등과 계통출하를 계약한 농가를 대상으로 해당 품목의 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시장가격 차액의 90% 이내에서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올해 조례를 제정하고 우선 무, 배추 등을 대상으로 2~3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많은 농가에게 혜택에 돌아갈 수 있도록 품목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며 해당품목, 기준가격 등의 세부적인 정책은 조례에서 정하는 위원회에서 농민대표 등이 참여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농가소득을 얼마 올리겠다는 무리한 약속 대신 농민에게 최소한의 가격보장 장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FTA 시대 지방자치단체 농정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농촌이 활력이 떨어지고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업생산량은 증가하지만,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은 정체되어 있다. 또 농가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농기계 비용 등 지출도 늘어 수지를 맞추기가 만만찮다. 농가소득을 가계비로 나눠 산출하는 농가경제수지도 1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결국, 가계비가 농가소득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으로 농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농가소득과 경영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전북 민선 6기가 강력히 추진하는 ‘농산물 최저가격제’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 다수는 농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으며 농업이 국가 경제에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15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60.9%가 농업이 국가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77.2%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국민도 10명 중 6명꼴로 나타났으며 도시민의 47%는 귀농·귀촌에 대해서도 관심과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국민 70%가 농업·농촌의 기능 중 먹거리 생산 외에도 자연과 전통 보존, 휴식장소 제공 등 다원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 인식하는 국민도 66.7%에 달했다. 이러한 의식 변화의 저변에는 국민들이 농업과 농촌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근간이며 앞으로도 삶의 터전으로 매우 긴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경제발전의 기반으로서 농업을 중시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진리다. 공자는 ‘식(食), 병(兵), 신(信)’ 중에서 군대보다 중요한 것이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라 했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츠네츠는 ‘공업발전을 통해 후진국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수는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도 농업을 미래의 유망 업종으로 지목하며 “30년 후면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고 농업 수익성이 가장 클 것이라며 MBA를 배우기보다 농업과 농장을 배우라”고 일갈했다. 연장선상에서 다음 세대의 미래학자는 농도 전북의 실험인 ‘농산물 최저가격제’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평가하길 기대한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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