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2> 월세 전환 ‘전세 난민’
[전세대란]<2> 월세 전환 ‘전세 난민’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1.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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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자금 5천만원을 받아 보증금 1억 원을 내고 79㎡ 아파트의 전세를 살고 있던 A씨. 내달 계약갱신기간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 5천만원에 월 40만원에 재계약하라고 요구하며 조건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집을 비워줄 것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갚는다 해도 매달 30만원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A씨는 다른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올 전세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같은 조건의 아파트를 찾는 다 해도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해당 아파트가 압류는 물론 근저당 같은 권리침해 사실이 전혀 없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집주인의 요구를 수용하고 재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아직 신혼이라 월수입이 200만원밖에 안 되는 데 월세비용과 관리비 등 주거비용으로 30% 이상을 쓰게됐다”며 “저축은커녕 매달 적자가 나서 빚을 내야 할 형편이다”고 하소연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반 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역별 전·월세 전환율 통계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전환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를 기록, 전국 평균 7.5%를 크게 웃돌며 경북과 충북,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을 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통 방을 구할 때 보증금 1천만원을 내릴 경우 10만원씩 올라간다고 알고 있다. 이 비율이 전세전환율인데, 전북의 전월세 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많다는 뜻이다.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 받는 이자수입이 2%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연 15%에 달하는 월세수입에 재미를 느낀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다. 지역경제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전북에 쓸만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한 만한 마땅한 사업이 없는 것도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A씨와 같이 전셋집 마련에 고민하는 세대들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다. 전북 65만 가구 가운데 임대주택 세대는 전체 30%인 20만 가구를 넘고 있는데 전북지역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1월만 해도 7천121만7천원 이었던 전북지역 평균 전세금이 지난해 12월 8천140만4천원으로 1년 새 14.3%나 뛰어올랐다. 한 가구당 1년 동안 주거비용 부담이 1천만원 넘게 가중된 것이며, 전북도민 1인당 평균 소득 1천600만원의 60%를 넘어섰다.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신혼 때 악착같이 벌어서 내 집을 장만한다는 꿈은 이미 실현 불가능한 옛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저축은커녕 전세에서 월세로 또 월세 부담 때문에 좀 더 열악한 환경으로 임대주택을 옮겨야 하며 해마다 은행빚만 늘어나는 전세 난민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용역 자료에 따르면 전북도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인 43%가 빚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거비용 부담 때문에 부채를 지는 경우가 41.3%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월세자금 지원 혜택을 늘려야 하며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방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LH 전북본부 김경기 본부장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 주택을 늘리고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세대 주택 매입 재임대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공사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서민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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