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2> 밖으로 뛰자
[전북경제]<2> 밖으로 뛰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1.1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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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무역업계의 L사장(63)은 ‘온탕냉탕론(論)’을 경영철학으로 삼은 지 30년이 됐다. 20대 후반부터 무역업에 뛰어든 그는 초창기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90년대 중반엔 중국에 투자한 10억원 가량을 완전히 거덜내기도 했다.

 그가 좌절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근원이 바로 ‘온탕냉탕론’이다. 세계 교역환경이 촌음으로 바뀌는 경제 전쟁시대는 수시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체질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개구리를 냄비 안에 두고 조금씩 물의 온도를 올리면 도망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죽음을 맞게 됩니다. 환경은 급변하는 데 따뜻한 물에 취해 그대로 앉아 있으면 생명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1: 전북 무역업체가 귀담아들어야 할 철학임이 틀림없다. 지방의 중소 무역업체들은 환율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밖의 환경을 내다보고 밖으로 뛰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전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우리나라는 총 52개국과 15건의 FTA 발효가 예상된다”며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TA는 발효 후 10여 일 만에 2차례 관세인하가 이루어져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 대한 전북의 수출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전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대(對) 중국 수출은 10월 말 현재 10억6천2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3% 늘어났다. 전북의 베트남 수출도 7억2천200만 달러를 기록, 1년 전보다 무려 87.4%나 껑충 뛰는 등 신시장 개척이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시장개방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가 도내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작년 말에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12.0%는 “한·중 FTA 체결이 경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고, 6.0%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2: 대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것은 전북기업들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은 계속 시장을 공유하고 있어 대외 여건은 이제 반드시 확인하고 대응해야 할 교역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무역업계는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가 계속 둔화한 점을 예의주시하며, “앞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 금융시장 상황, 국제유가 움직임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커가고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증시 불안과 국제유가 하락, 여기다 원·달러 환율이 위안화 절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지방 무역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불투명성만 높아가고 있다는 푸념이다. 이렇게 되면 전북의 미국 수출 등 선진국 시장부터 움츠러들 가능성이 커진다.

 전북의 대(對) 미국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6억5천100만 달러에 불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나 줄어들었다. 일본 수출은 당시의 양국 간 불편한 관계까지 가세해 전년보다 무려 15.1%나 격감한 3억200만 달러에 만족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높은 성장을 해온 인도 경제마저 삐걱대고 있어 전북기업들도 걱정”이라며 “세계 경제의 양대 성장 엔진이 모두 꺼지게 되면 체질이 약한 전북기업의 직간접적인 타격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 환경 변화가 요동치고 있지만 전북 기업들은 내부 지향적이다. 중기협 전북본부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 우물 안 개구리의 전북기업 현주소가 그대로 노출된다. 이번 조사에서 “수출을 하고 있다”는 비중은 12.7%에 불과했고, 거의 90%에 육박하는 나머지 업체는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과열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작은 치즈를 놓고 여러 사람이 나눠 먹으면 서로 배고플 수밖에 없다. 전북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지역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전반적인 경영악화 요인도 내수부진이 손꼽히고, 업체들이 원하는 대책도 내수 활성화로 수렴한다. 실제로 전북본부의 같은 조사에서 응답업체의 무려 51.3%가 경영악화 사유로 ‘내수부진’을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 무역업 고유번호를 등록한 전북업체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무협 전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682개에 불과했던 무역업 고유번호 등록업체는 이듬해 740개를 넘어섰고, 2014년 말엔 933개로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져 작년 말엔 1천59개로, 사상 처음 1천 개를 넘어섰다.

 김영준 무협 전북본부장은 “여러 요인으로 당분간 경기침체가 이어지겠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업계의 능동적인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전북 무역업계의 펀더멘탈을 보다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화를 거부하면 변화와 혁신의 바람에 휩쓸려 비참한 종말을 맞을 수 있다”며 “장기불황으로 내수시장마저 꽁꽁 얼어붙고 있어 밖의 변화와 싸우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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