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1> 임대아파트 부족 심각
[전세대란]<1> 임대아파트 부족 심각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1.1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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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에서 공급하는 30년짜리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를 신청한 A(66)씨. 지난 2014년 예비당첨자로 선정된 후 3년째 입주하지 못하고 매달 35만원씩 월세를 내고 원룸에서 살고 있다.

전북개발공사에서 공급한 10년짜리 임대 아파트에 입주를 신청한 B씨도 2년 동안 기다렸지만, 아직 대기순번이 두자릿수여서 앞으로 1~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두 사람은 전북의 전세 대란이 얼마나 심각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전북의 전·월세 가구는 약 30만 가구로 추정된다. 전북도가 발표한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65만 가구 가운데 전세 세대(15.2%)와 보증부 월세(7.1%) 사글세(8.7%) 등을 모두 포함한 30%가 주택을 임대해 살고 있다.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 2012년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 지난해 12월 말엔 101.6을 기록, 3년 동안 1.6%가 올랐다. 30만 가구에 평균 전셋돈 8천100만원을 곱한 전북지역 전체 전세시장은 약 16조원에 달할 것이란 산술적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다 3년 동안 1.6%의 전세금이 올랐으니 전북지역 전세자금은 추가로 1천944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전북지역에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의 멸실세대가 최소 3천여 세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면서 최악의 전세 대란이 예고된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낮아진 지난 2014년 1월부터 매달 7~8%씩 늘어나 전세임대주택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사철과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다음 달에는 전북지역 전세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임대 아파트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표준건축비가 7년째 제자리에 머물면서 낮은 수익성 때문에 민간 건설사들은 아예 임대 아파트 건설을 기피하고 있다

임대 아파트의 주요 공급처인 LH와 전북개발공사도 임대 아파트 건립자금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국민주택 기금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잡히는 정부의 회계기준 때문에 임대 아파트 건설을 꺼리고 있다.

LH에서 현재까지 전북에 총 4만5천호의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고 전북개발공사에서 지난 2004년 전주 평화동 지안리즈 아파트 500세대를 시작으로 총 3천700 세대를 공급했다. 하지만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며,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은 기다려야 순번을 탈 수 있다.

민간 건설사들의 임대 아파트 기피현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전북지역에 총 7천여 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됐지만, 이 가운데 임대 아파트는 완주와 군산, 순창지역에 총 800세대 공급에 그쳤다. 이는 임대 아파트가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지난 2008년 이후 현재까지 7년 동안 동결됐다. 같은 기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8%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임대주택 공사비는 20.8% 하락한 셈이다. LH 전북본부 김경기 본부장은 “서민들의 전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 아파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국민주택기금과 임대 아파트 보증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회계기준 변경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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