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웃음도 어여쁘다
우리들 웃음도 어여쁘다
  • 이동희
  • 승인 2016.01.13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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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뉴스를 시청하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잡곡-콩류를 외면하고 한결같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곡류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이름도 생소한 렌틸콩, 병아리콩, 팬더콩, 렌즈콩, 얼룩이콩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콩들이 다량으로 수입되어 우리네 식품 코너를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잡곡류 수입 급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다. 먼 나라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수입-통관되다 보니 품질 유지와 보관에 따른 약품처리에 따른 안전도가 걱정되며, 또 하나는 엉뚱하게도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이 우리 몸에도 좋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철저하게 외면받아 농가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잡곡류-이를테면 서리태네, 검정콩이네 메주콩 등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하니 “우리나라 것은 좋은 것이여!”가 어느새 “남의 나라 것은 더 좋은 것이여!”로 변질한 꼴이다.

엊그제 보도에 따르면 외국에 사는 한국 교포나 2세들 중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19,472명으로 2013년보다 무려 5천명이나 늘었다. 주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순으로 국적을 변경하였다는 것이다.

3포시대[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의 젊은이들이 헬조선[지옥조선]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일까? 일자리를 찾아, 병역의무가 없는 나라를 찾아, 보다 인간다운 삶의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일까?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요, 국적포기자도 날로 증가하는 형편을 목격하면서, 역시 “내 나라는 좋은 나라!”가 어느새 “선진국은 더 좋은 나라여!”로 바뀐 형국이다.

요즈음은 거리에서 외제차 보기가 아주 쉽다. 내 돈 내고 더 좋은 차를 구입하겠다는데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러는 사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국내 소비자를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딱 좋은 소비자=호구+고객]’으로 알고 국내소비용 승용차의 품질 개선에 소홀하거나 알게 모르게 신분상의 차이가 의식화되는 무서운 사태다. 이 역시 “국산차보다 외제차가 더 좋은 것이여!”의 발상이 굳어질까 걱정인 것이다.

한류를 타고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외국까지 널리 진출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아이돌이나 걸 그룹의 명칭을 꼭 외국어-그것도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이어야 하는 걸까?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 역시 “우리말보다 외국말은 더 좋은 것이여!”의 잠재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염려스럽다.

어느 민족에게나 장점과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장점은 스스로 발견하기보다 남[외국인]들의 지적을 받은 것이 객관성이 있을 것이며, 단점은 외국인들이 지적하기보다 스스로 찾아 고치는 것이 자기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가 고쳐야 할 것 중에서 사대주의事大主義의 폐해는 아무리 지적해도 과하다 할 수 없다.

이럴 때 마지막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섬뜩한 예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걸릴 것이다. 우리 日本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시인은 우리가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가져야 웃을 수 있다며 이렇게 썼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종교국이라는 것에 자신을 갖는다/ 절망은 나의 목뼈는 못 자른다 겨우 손마디뼈를/ 새벽이면 하프처럼 분질러놓고 간다/ 나의 아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선생, 어머니, IQ다/ 그저께 나는 파스칼이 ‘머리가 나쁜 것은 나’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김수영 <우리들의 웃음> 1연)

우리가 소박한 웃음[행복]을 되찾으려면 ‘머리 나쁜 나’의 단점, 저마다 가슴 속에 도사리는 사대주의의 망상을 떨칠 때 가능하다. 선진국 바라기만 해서는 소박한 ‘우리들의 웃음’이 꽃이 될 수 없다.

이동희<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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