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법치(法治)의 종말?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법치(法治)의 종말?
  • 최낙관
  • 승인 2016.01.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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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이래로 많은 학자들은 사회진보와 발전을 추동하는 필수조건으로 법치를 들고 있다. 법에 의한 지배, 즉 법치국가는 자의적이고 전제적인 사람에 의한 지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나아가 정치적 폭력을 제한하는 장치들을 통해 시민의 재산권과 행위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예측 가능한 법에 의한 지배는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사회적 권리와 복지를 공고히 하는 중요한 조건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볼 때, 법치국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덕적 토양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치적 토양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가? 정치논리에 의해 법치가 흔들리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려스러울 뿐이다. 최근 다시 불거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의 논란은 법치의 종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향후 전개될 양상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작년 말 취임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개편을 주장하면서 공사화 논란이 새해부터 점화되며 도내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가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기금운용본부는 전북으로 소재지가 명시돼 2016년 하반기 전북 혁신도시로 옮겨올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취임사에서 기금운용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운용 전문성,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천명하며 나아가 “거대한 기금 규모에 걸맞은 조직체계 개편과 인적자원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한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소신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뜻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대행자의 입장정리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이사장의 취임을 둘러싼 많은 의혹은 물론 노동조합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추진되기까지는 많은 산을 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을 지피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인 국민연금법 개정까지 염두에 둔 자의적이고 전제적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금운용 공사화는 법 개정을 전제로 한 국민적 합의가 우선임을 직시해야만 한다. 더욱이 기금운용본부장(CIO)도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압축되고 있어 우려가 불신을 낳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위험을 담보로 한 500조원에 달하는 기금운용의 공격적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훼손하지 않는 투명성과 안정성 또한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 국민연금의 불신을 야기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문 이사장은 사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설득이 아닌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연초부터 불어 닥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의 논란으로 특히 전라북도 도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혁신도시 이전을 당연시 여겼던 도민들의 머릿속에는 신뢰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정부와 청와대의 태도에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제는 본 사안에 대한 부당함을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여 전라북도의 소외와 배제가 더 이상 지속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도민들과의 약속은 물론 법적 규정마저 경시되는 상황에서 전라북도 도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은 하나가 되어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꼼수와 불신의 정치를 원천 봉쇄하고 우리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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