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의 수준
전북도민의 수준
  • 나영주
  • 승인 2016.01.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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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2002년 겨울 무렵의 일이다. 학과 동기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당시는 대통령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시기라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가 화제에 올랐다. 서로 의사를 확인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신기하게도 필자에게는 누구도 누굴 지지하냐고 묻지 않았다. 당연히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왜 지지하는지에 대한 이유만 묻는 것이었다.

 당시 약간은 억울한 마음에 왜 필자의 지지후보가 당연히 ‘기호 2번’일 것으로 생각하는지 동기들에게 물었다. ‘너 전라도 출신 아니야?’라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그 후 긴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주제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적합한지가 아니라 전라도 출신 모두가 당연히 ‘기호 2번’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필자의 지지후보가 동기들의 예단과 결론적으로는 같았기에 동기들을 이해시키느라 꽤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사실 통계적으로 보면 당시 동기들의 예단은 합리적인 판단이긴 했다. 매해 선거 때마다 민주당 계열의 후보에게 90% 넘는 지지를 보내는 지역이 전라도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이긴 하나 현재의 새누리당 계열을 지지하는 전라도민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미 ‘호남사람=민주당 지지자’라는 편견을 가지는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인 알렉시스 토크빌은 프랑스 혁명을 목도한 뒤, 미국 여행을 하면서 막 태동 중이던 미국의 민주주의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근대 자유주의 사회계약론의 세례를 받은 것은 엄밀히 말해 프랑스 혁명이라기보다는 미합중국의 건국이고, 군주와 유구한 역사 없이 오로지 이성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미국민들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을 법하다. 그가 한 유명한 말,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은 미국의 발전하는 민주주의와 혁명 이후의 혼란기에 빠진 자국 프랑스를 비교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올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을 보면서 위 에피소드와 토크빌의 명언이 떠올랐다. 토크빌의 말처럼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유권자가 자신의 대리인에게 투표하는 행위는, 후보에 대한 정보비대칭과 당선자의 도덕적 해이를 감안하더라도, 유권자 자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필자가 아니라서 전라북도의 정치지형에 대해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현재 전북은 중앙정치무대에서 소외를 받고 있는듯하다. 같은 민주당계열 지지층이라고 하여도 광주와 전남에 비하여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정치인들은 계파와 자신의 안위에 매진하여 지역정치가 명망가들의 나눠먹기식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신랄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아니면 여당인 새누리당을 지지하더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서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역사회의 일꾼이자 대한민국의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올해 총선에서 도민들의 현명한 선택은 중요하다. 후보의 능력과 품성, 후보가 소속된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살피지 아니하고 단순히 ‘어떤 당이니까’라는 생각으로 투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본다. 신중한 과정을 거쳐 선택한 후보의 결과가 ‘몰표’의 결과로 나오든, 아니면 새로운 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선택으로 몰표에 균열이 생기든,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이다. 그래서 올 4월 총선의 결과는 토크빌의 말처럼 전라북도 도민의 수준이 드러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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