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치조례 제정의 의미와 학교장의 역할
학교자치조례 제정의 의미와 학교장의 역할
  • 차상철
  • 승인 2016.01.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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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의 참여와 권한의 분산이다. 학교가 자라나는 아동·청소년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곳이라면, 학교 운영 역시 민주적이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가 아직 많은 실정이다. 그런 학교에서는 권한 행사가 대부분 학교장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구성원의 실질적 참여가 제한되어 있다.

 지난 1월 4일 ‘전라북도학교자치조례’가 공포되었다. 이로써 학교민주화를 꿈꾸었던 교육주체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학교자치가 2016년부터 전북의 각 급 학교에서 전면 실시되게 된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추구하고 있는 학교자치는 “학교가 교직원, 학부모, 학생 등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학교운영과 관련된 일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학교자치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5조 2항에 교직원ㆍ학생ㆍ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은 현행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는 교육기본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이 법이 표방하고 있는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구성원들의 학교운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제도적 보장이 미흡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약한 실정이다 보니 전라북도교육청은 학교자치를 위한 제도적 틀을 조례를 통해 정비하고자 한 것이다.

 학교자치조례 제정의 취지가 이러함에도 최근 교육부가 이미 시행중인 조례에 대해 “학교장의 학교 경영권 침해” 라며 재의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요구는 교육 자치와 학교운영의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역행하는 딴죽걸기일 뿐이며, ‘이미 공포된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어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학교자치조례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례의 취지가 학교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인 학교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바, 학교자치가 학교장 권한의 침해라는 일부의 편견은 바로잡혀야 한다. 권한 침해가 아니라 권한 행사 방식의 변화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학교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오늘날 학교에서 학교장의 권한 행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의사결정의 권한을 학교 구성원에게 부여할 때 학교장은 기존의 권한을 잃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가 실시한 학교자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직원들은 민주적ㆍ수평적인 토론과 학교장의 민주적이고 전문적인 리더십 발휘가 학교자치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자치조례에는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와 같은 자치기구와 교무회의와 같은 회의기구의 권한과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 이 기구들은 각각 고유한 의사결정 영역에서 분권적인 책임을 공유하게 되며, 또한 법률상 최종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위상을 갖추게 된다. 각 기구들 간 상호 보완체제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는 민주적이고 전문적인 리더십 발휘가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될 때 학교자치는 교육주체들의 자발성과 참여를 높여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학교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차 상 철(전라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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