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발전,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해법이다
대기업의 발전,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해법이다
  • 현준
  • 승인 2016.0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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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올해 기록적인 흥행을 이룬 한국영화 세 편이 모두 부정의한 권력자들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암살>, <베테랑>, <내부자들>이 바로 그 흥행작들이다. 영화들은 친일파 청산, 재벌 갑질, 성상납 스캔들과 정경언 유착이라는 낯익은 소재들을 사용하여 현실에서 이뤄내지 못한 악의 징벌을 실현함으로써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민족 반역자의 몸에 총알을 박고, 혐오스러운 재벌 2세의 뺨을 갈기며,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의 음란한 사생활을 폭로함으로써 타락한 현실을 감내하는 데 지친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유독 이런 ‘정의실현’의 영화들이 흥행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로잡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대기업의 이미지가 가히 좋지만은 않다. 과거에 오너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우리도 잘살아보자는 국민들의 열망이 한데 어우러져 커다란 기업을 육성했지만, 1세대를 지나 2대, 3대에 거쳐 승계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등의 행태를 봤을 때, 갈수록 도덕적인 완성이 기업의 성장과는 반비례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얼마 전 취업시장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미래다” 라는 광고로 2010년부터 내걸었던 두산그룹에서 입사 1~2년차 청년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로 포함해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1~2년차 희망퇴직 신청을 제외했지만 이미 일부는 퇴직의사를 밝혀 연말까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삼성그룹도 13개 주요 계열사에서만 지난 일 년 사이 5,700명이 회사를 떠났다는 자료를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수출과 내수경기가 모두 안 좋아지면서 기업 운영사정이 나빠지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으로 눈을 돌린다. 기업 경영의 책임이 가뜩이나 어렵게 취업한 청년이나 몸바쳐 일한 직원들에게 돌아간다면 충성심을 가지고 일할 직원들이 몇이나 될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회사가 어려우면 오너가 솔선수범해서 연봉을 절감한다든지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다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식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준다. 강한 공동체의식을 가진 일본의 민족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를 오늘 내일이 아니라 길게 운영하려 하는 기업가 정신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더불어 여러 가지 악재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인력감축에만 급급해한다면 안정감을 가지고 일해야 할 인력들의 효율이 저하되며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대기업들은 대통령에게 너도나도 앞서 청년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업 몇 군데에서 일으키는 채용은 경영부담을 가중시키지만, 중소기업과의 상생하려는 노력을 대기업에서 해준다면, 중소기업과 청년간의 간극을 메워 미스매치현상을 줄일 수 있어 대한민국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고용률을 끌어올리는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청년들도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에게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지난 2011년보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높게 나온 것은 급여와 복리후생 그리고 기업 광고가 아닌 기업내의 분위기와 위기상황에서의 경영진의 적극적인 노력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요즘은 누가 봐도 위기상황임에는 틀림없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과제는 똑같지만, 최근 영화, 언론에서 쏟아지는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나 좋지 않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그리고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현준<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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