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1> 판을 바꿔야 산다
[전북경제]<1> 판을 바꿔야 산다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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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제에 활력을!

▲ 먹잘 것 없는 전북지역 건설시장에 전국대비 5%대를 점유하는 건설업체들이 과열 과당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새해 들어 도내 경제계 곳곳에서 전북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최대한 살려 잃어버린 옛 호남 맹주의 자리를 되찾자는 희망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북경제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때 전국 6대 도시였던 전북의 행정수도 전주도 수도권의 한 위성도시만도 못한 처지로 전락하면서 전라북도의 위상과 자존심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최악의 낙후를 면치 못하다 보니 직장과 새로운 일감을 찾아 수도권과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갈수록 빠져나가 호남의 맹주는커녕 광주의 부속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기형적인 산업구조: 경제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배경에는 기형적인 도내 산업경제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국대비 2%의 제조업과 5%대의 건설업이라는 전북의 기형적 경제구조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근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경제 전반의 체질개선과 신(新)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잃고 영원한 조연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최근 5년간 전북지역 건설동향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천640개사였던 도내 건설업체는 2013년 4천102개사로 12.7%가 늘어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전북의 건설공사액은 8조2천790억 원으로 전국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업체 수는 전국의 5.4%를 차지할 정도로 도내 경제구조가 기형적인 산업구조로 치닫는 배경이다.

도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과 공개경쟁으로 집행되는 공공공사 입찰이 운찰제로 변질되고 있는 입찰구조가 건설업체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별다른 기술과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도 자본금만 맞춰 창업해서 운 좋게 낙찰만 되면 공사금액의 최대 20%까지 부금을 받아 최소 1년 동안은 회사를 운영하고 그동안 또 운 좋으면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회사에 취직해서 경험을 쌓아야 할 젊은 공학도까지 창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 운찰제 입찰이 피멍: 운찰제로 변질되고 있는 입찰제가 낳는 폐단도 전북 건설산업을 피멍 들게 하는 원인이다. 입찰을 운명에 맡기다 보니, 입찰이 확률게임으로 전락하게 되고, 승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업체만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전국대비 전북의 건설업체가 5%대에 고착된 것도, 마땅한 제조업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확률게임에 몰두하는 건설업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안군에서 드러나 수사가 진행되다시피 공사를 따낸 업체에 발주처인 행정관청이 불법적인 일괄하도급을 주도록 권유하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해 지면서 페이퍼 컴퍼니를 양성하고 도내 건설산업을 내부부터 썩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액공사라도 입찰만 나오면 우르르 몰려드는 운찰제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업계의 건강한 경쟁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 외지대형업체 싹쓸이: 도내에 제대로 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부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도내 건설시장을 외지 업체들이 잠식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도내 건설시장 외지업체들의 점유율도 작년 17.9%(1천657억원)에서 올해는 41.1%(6천293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주택건설시장에 이어 공공공사도 외지업체들에 잠식당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도내 건설업계를 감싸 안고 있다.

도내 산업구조가 건설업에 치중하고 있지만 건설업이 최악으로 치달리면서 전북의 실질성장률을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년대비 지난해 2.7% 상승에 만족, 전국 증가율(3.3%)에 크게 못 미쳤다. 전북의 제조업이 1.9% 성장했지만 건설업은 되레 수주 부족에 시달리며 마이너스 2.2%를 기록, 전반적인 성장률을 깎아 먹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건설업의 호·불황에 따라 전북경제가 술렁이는 것은 전국대비 건설업 비중이 5%대를 차지하지만 수주 물량은 3% 수준에 만족하는 등 과열경쟁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경제구조에서 비롯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경제 체질을 바꾸자: 전문가들은 “지자체도 제조업이 애향이라는 ‘제조업 부활 정책’에 무게를 싣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선 지역경제 전반의 체질개선은 쉽지 않고 건설업 중심의 위태로운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이 난립한 상태에서 전국대비 3%의 시장을 나눠 먹기 위해 아수라장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함께 대규모 SOC 국책사업 발굴, 건설산업 활성화 전담팀 구축 등도 요청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 윤재삼 사무처장은 “중소건설업체 시공범위를 확대해 공사물량을 증대시킬 방안과 신년부터 시행될 종합심사낙찰제에 의무적 배점을 도입해 지방 중소건설업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전 도내 건설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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