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의료계는…?
2016년 새해 의료계는…?
  • 김형준
  • 승인 2015.12.3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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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된다. 신년을 맞아 많은 희망과 덕담이 오고 가지만 의료계를 둘러싼 현실은 사실 일촉즉발의 불안감 속에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규제기요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현 정부 규제완화정책의 불똥이 의료계로 번져 대법원 판결에서도 금지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X-ray 촬영, CT, 초음파 등)사용을 허용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의료계, 정부, 한의계간의 갈등이 새해 벽두부터 예고된다. 급기야 의사협회 내부에서는 총파업 등의 강력한 투쟁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추무진 현 의협회장을 탄핵하려는 움직임 있고, 반면 한의사협회의 결사투쟁 선언, 그리고 정치적 판단으로 의료 관련된 법안뿐만 아니라 타협 없이 ‘규제기요틴’에 관련된 모든 법안을 일괄처리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맞물려 그 전개 양상이 실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다.

사실 2015년을 돌아보아도 의료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중동발 신종 감염병인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메르스)은 한국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게 했으며 국민들을 수개월 동안 공포에 떨게 하였다. 메르스사태는 실제로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를 양산했고,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 중심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가족들에 의존하는 간병과 무분별한 면회문화 등 뿌리 깊은 한국식 병원문화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방역당국의 안일한 대체와 무능력은 보건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 전반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메르스사태로 17년 만에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장관이 탄생했지만, 정진엽 장관 취임 이후 ‘규제기요틴 정책’으로 인해 촉발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이 ‘의료일원화’ 움직임으로 본격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료계, 한의계, 정부 간 갈등은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의료계, 시민단체, 정부의 갈등도 2015년에 빼놓을 수 없는 의료계의 핫 이슈였고 지금도 현재진행형 이슈이다.

 원격의료도입 문제는 얼핏 보면 지엽적인 의료제도의 변화처럼 보이나 사실을 이것을 둘러싼 통신 및 IT 관련 대기업과 국내 의료를 독점하고 있는 초대형 병원들의 의료산업화, 의료영리화에 대한 노골적인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대통령이 친히 국회 연설에서 특별히 통과를 강조할 만큼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소규모 병·의원은 이를 생존권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고 시민단체와 보건전문가들은 의료영리화의 초석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강력 반대를 하고 있어 정부의 일방적 제도 도입은 커다란 저항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정부가 강력히 법안의 국회통과를 주장하고 실제로 통과되기도 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은 의료계를 대변화의 광풍 속으로 몰아넣을 폭발력 강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비영리목적을 가진 의료법인 등이 영리사업이 가능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호텔, 장례식장, 요식업 등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이며 “국제의료사업자원법”은 외국자본 등이 국내의 자유무역지구 내에 영리병원을 설립하고 투자를 할 수 있고,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 법안들은 비영리병원을 원칙으로 하는 국내 병·의료계에 ‘영리화’라는 대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개인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의 집단 발병 문제도 황당하지만 2015년 빼놓을 수 없는 의료계의 주요 이슈이다. 뇌손상을 입어 거의 역할을 할 수 없는 한 의사에 의한 의료행위가 낳은 어이없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의 면허제도와 갱신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것도 앞으로 중요한 의료계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새해에는 의료계와 국가보건의 문제에 좋은 일만 생길 것인가?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실을 매우 암담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새해 공공의료기관부터 실시되는 보호자나 간병인에 의한 간병을 금지하고 전원 간호사에 의한 간병시스템을 조기 도입하는 일명 ‘포괄 간호서비스제도’는 명분상으론 옳은 일이나 현실적으로 간호사 인력 대란을 일으켜 결국 지방 중소병원의 경영악화와 도산을 불러올 거라는 우려처럼 충분한 투자와 인력 확보 등 장기 계획이 없이 ‘문제가 있으니 바꾸겠다. 는 식의 개혁은 더 많은 문제만을 일으킬 뿐일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하나의 방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에는 이미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잘 조절하고 통합하여 가능한 최대 이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총선!’을 앞둔 새해에는 제발 소통 좀 하자!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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