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북과 전남·광주 정치권이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때 부터 ‘호남 정치’로 묶여 있던 30년 정치적 동질감이 내년 총선에도 투영될지 미지수다.
28일 ‘더불어 민주당’(더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지난 27일 모임을 갖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전북 정치권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김춘진·최규성 공동 도당위원장을 비롯 새정치연합 소속 전북의원 10명이 전원 참석하는 등 최근 보기 드문 통합·화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전남·광주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소속 현역의원이 연일 줄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8명 국회의원 중 현재 더 민주당에 남아 있는 의원은 강기정·장병완·박혜자 의원 등 3명이다.
전북 정치권은 더 민주당 중심으로 야권 통합을 강조하고 전남·광주 정치권은 탈당에 비중을 두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은 전북과 전남·광주 정치권의 정서 변화를 지난 19대 총선 결과에서 찾고 있다. 전북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11곳 선거구 가운데 7곳에서 초선의원이 당선되는 등 현역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광주·전남 정치권은 반면 중진 전성시대로 불릴 정도로 정치권 세대교체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설명이다. 정치권 모 인사는 “더 민주당이 내년 총선 승리 전략으로 현역의원 평가를 통한 20% 컷오프 공천 안을 마련한 것이 전남·광주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온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19대 총선을 예로 현역의원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가 호남 특히 전남·광주에 집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전북 연구개발 특구, 전북 신공항 건설 등 전북 현안을 두고 전남·광주 정치권이 딴죽을 걸었던 것도 내년 총선에서 호남 정치권 정서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민주당 소속 전북지역 모의원측에 따르면 전북 연구개발 특구 유치와 관련해 “광주, 전남지역 일부 의원이 국가 예산이 전남과 전북으로 분산되는 것을 우려해 국회에서 반대했다.”라며 “무안 공항을 이유로 전북 신공항 건설 계획에도 난색을 표명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특히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전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역 정치 성향이 뚜렷이 달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3당 합당이전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은 여당의 절대 텃밭이지만 부산·경남은 호남지역과 함께 야도였다.
야권의 한 축을 맡았던 호남 정치권에서 전북은 열린우리당, 다시 말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이 전성기였고 전남·광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이었다.
현 더 민주당 문 재인 대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전북 정치의 전성기였던 참여정부와 맥이 닿고 있다.
실제 열린우리당 시절 전북 정치는 르네상스 시대로 불릴 정도로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및 정동영 당 의장을 비롯해 원내대표만 해도 정세균 의원, 이강래·장영달 전 의원이 번갈아 가며 선출됐으며 강봉균 전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서울=전형남기자